수제 초콜릿 전문점 쇼콜라 퐁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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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초콜릿、 황홀한 맛남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의 즐거움 중 하나는 공항 면세점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초콜릿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공항을 이용하기 어려워진 지금 가장 아쉬운 것은 초콜릿이다. 부산 중구 중앙동에서 수준 높은 프랑스 식 수제 초콜릿 전문점을 발견한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겉은 진하고 속은 부드러운 ‘로쉐’
카카오분말 이색적인 ‘트뤼프’
파베·튀일·아망드 쇼콜라 등
카카오 씨앗 직접 갈아 만들어

■강배전 커피와 초콜릿

부산데파트 1층 해관로 쪽에 입구를 둔 쇼콜라 퐁셰(대표 박진욱)를 찾아간 것은 날씨가 꽤 맑은 평일 낮이었다.

박 대표는 공부방을 운영할 때 어린이 부모와 소통하기 위해 커피를 매개로 활용했다. 커피에 취미를 붙인 덕분에 카페를 4년 정도 열기도 했다. 그가 선호하는 커피는 맛이 진한 ‘강배전’이었다. 여기에 어울리는 디저트를 찾던 중 2013년 초콜릿에 눈을 떴다.

박 대표는 아무 초콜릿이나 내놓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부산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수제 초콜릿 제조법을 배울 곳이 드물었다. 운 좋게 프랑스요리학교 코르동블루에서 요리를 배운 초콜릿 전문가를 서울에서 알게 됐다. 그는 “카카오의 본질과 가까운 커피 맛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초컬릿 본연의 맛을 깔끔하게 느낄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매주 서울을 오가며 개인수업을 받은 뒤 작업실을 마련해 1년 정도 초콜릿을 연구했다. 현재 위치에 쇼콜라 퐁셰를 연 것은 5년 전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빵처럼 초콜릿을 쉽게 사가는 문화는 정착돼 있지 않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소비자는 수제 초콜릿보다는 제과회사에서 만드는 유지 초콜릿의 단맛에 길들여져 있다”고 아쉬워했다.



■초콜릿 제조 순서

박 대표가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주겠다면서 비닐에 담긴 견과류를 보여준다. 바로 카카오 씨앗이다. 이것을 로스팅해서 갈면 커피처럼 보이기도 하는 카카오 닙스가 나온다. 이것을 밀가루보다 가늘게 갈아 압축기로 누르면 카카오버터가 추출된다. 이 과정에서 남는 게 카카오 분말이다. 여기에 다른 재료를 섞어 굳히면 다크 초콜릿인 커버춰가 된다. 카카오버터와 커버춰가 수제 초콜렛을 만드는 기본 재료다.

초콜릿은 대체로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우유를 넣지 않은 것은 다크(블랙) 초콜릿이다. 다크에 분유 형태의 우유를 섞은 게 밀크 초콜릿이다. 다크를 넣지 않고 카카오버터와 우유, 설탕을 넣은 건 화이트 초콜릿이다.

커피는 생두 원산지나 로스팅 포인트, 드립 기술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초콜릿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수제 초콜릿 가게는 모두 프랑스 회사에서 생산하는 다크 초콜릿으로 수제 제품을 만든다. 카카오 씨앗을 직접 구매하는 곳은 없다. 자본과 시간이 엄청나게 들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사람의 경력은 모두 다르다. 초콜릿 가게에서 기술을 익힌 사람도 있고 종합요리학교에서 배운 사람도 있다. 가게마다 어떤 재료를 어떤 기술로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쇼콜라 퐁셰의 초콜릿

박 대표가 진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여러 가지 초콜릿을 접시에 담아온다. 아몬드가 올려진 정사각형 초콜릿이 눈에 띈다. ‘바위’라는 뜻인 로쉐다. 크레페 조각인 파에테 포요틴과 아몬드·버터를 섞은 카라멜인 아몬드 프라린 그리고 다크 초콜릿으로 가나슈를 만든 뒤 녹인(탬퍼링) 다크 초콜릿을 입혀 모양을 잡은 제품이다. 겉은 진하고 속은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갈색 초콜릿 가루가 묻은 트뤼프도 보인다. 트뤼프는 ‘송로버섯’이라는 뜻이다. 생크림, 다크 초콜릿, 일반 버터(프랑스 버터)를 섞어 가나슈를 만들어 송로버섯 모양으로 짜낸다. 겉에는 다크 초콜릿을 바르고 카카오분말로 마무리한다. 부드러우면서 겉에 발린 분말의 이색적인 느낌이 좋은 초콜릿이다.

박 대표는 “초콜릿은 매우 예민한 재료다. 카카오버터는 온도가 민감해서 금방 굳고 금방 녹는다. 시간 조절을 잘 하고 보관도 잘 해야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쇼콜라 퐁셰에서는 생크림과 바닐라 향을 더한 아이스 초콜릿인 파베, 아몬드와 다크 초콜릿을 섞은 튀일, 잘 구운 아몬드에 다크 초콜릿을 일곱 번 입혀 코코아분말로 마무리한 아망드 쇼콜라 등이 인기 제품이다.

로쉐 한 알을 맛보고 진한 커피를 마셔 본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풍미가 동시에 입 안을 감돈다. 초콜릿과 커피가 이렇게 조화를 이루는 음식인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이번에는 커피에 물을 타서 연하게 만든 다음 트뤼프를 먹고 커피를 마셔 본다. 진할 때보다 맛이 덜하다.

△쇼콜라 팡셰/부산시 중구 중앙대로 21 부산데파트 1층 110호. 010-4035-3686. 파베(9개) 2만 5000원, 셀렉션(16개) 5만 8000원, 튀일(60~160g) 6000원~1만 6000원, 트뤼프(9개) 2만 8000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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