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선지’를 단백질 가루로 만드는 데 성공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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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이야기] 선지와 단백질

우리나라에서 선짓국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1800년대 중반부터 장국밥집이 유행했다는 사료를 보면 선짓국은 아무리 늦춰 잡아도 그 무렵에는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1920년대에 나온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라는 요리책에는 선짓국 조리법이 나오고, 1931년 10월 <동아일보>에는 선짓국(우혈탕) 요리법이 소개되고 있다. 선지에 풍부한 단백질 덕분에 선짓국은 해장국으로 많이 이용된다. 또 선지에는 철분 등 여러 가지 영양분이 많이 들어있어 빈혈 해소에 도움이 된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연구팀이 돼지 피를 식품에 첨가할 수 있는 단백질 가루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또 다이어트 보충제로 사용할 수 있는 철분도 추출했다.

코펜하겐 대학교가 이 연구에 착수한 것은 축산 강국인 덴마크에서 매년 돼지를 도축할 때 부산물로 6만t의 돼지 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부분 동물 사료용으로 국제시장에서 판매된다.

연구팀은 돼지 피의 90%가 단백질이어서 영양학적 가치가 높다는 데에서 착안했다. 돼지 피 가루를 다양한 식품에 넣을 수 있는 첨가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연구팀이 생산한 돼지 피 단백질 가루는 흰색이고 맛이 없다. 그래서 어떤 음식에 넣더라도 맛을 변화시키기 않는다. 돼지 피 6만t을 이용하면 매년 5000t 가량의 단백질 가루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돼지 피를 이용하면 앞으로 미래에 식량 부족 상태가 발생할 경우 대체 식품에 필요한 단백질 보충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돼지 피 단백질 가루를 섞어 주스, 아이스크림, 초콜릿 바를 생산할 수도 있다.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의 영양 공급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음식 섭취량이 줄어든다. 풍부한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지만 그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미 60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덴마크보다 먼저 돼지 피를 단백질 가루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1961년 12월 <동아일보> 기사에 그런 내용이 나온다.

이화여대 강득용 교수와 인화약품 조경환 전무가 분로식 건조기를 개발해 선지를 가루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국립화학연구소 성분 분석에 따르면 돼지 선지 단백질 88.5%, 수분 7.2%였다. 소 선지의 경우 단백질은 20.5%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 이후 돼지 피 단백질 가루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

최근 곤충을 사육하는 농가가 꾸준히 늘고 있다. 미래 식량 부족 사태에 대비해 대체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곤충도 먹을 준비를 하는 차에 오래 전부터 먹거리 재료로 이용해 온 돼지 피를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손을 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급히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남태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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