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는 집에서” 허문회 감독의 ‘자율 야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은 부산 사직야구장에 차려진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의 모습.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

롯데 자이언츠가 스프링캠프에서 합숙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 3일간의 설날 연휴 휴가를 부여하는 파격 실험을 한다.

10일 롯데 자이언츠에 따르면 구단은 11일 훈련을 마친 후 12~14일 3일간 설날 연휴에 들어간다. 캠프는 15일부터 재개한다.

3일 연휴는 롯데가 유일하다. 롯데처럼 홈 구장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타 구단은 설날 당일에 하루 휴가를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연고지를 벗어나 국내에서 전지훈련 중인 구단들은 설 연휴 기간에도 훈련을 이어간다.

롯데 파격적인 ‘3일간 설 연휴’
타 구단은 하루 휴식·계속 훈련
‘자율·신뢰’ 강조 허 감독 결단
“가족과 함께해 심리적 안정감”
“야구 시작 후 명절 연휴는 처음”
선수들도 개인 훈련으로 ‘화답’

평소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명절 연휴은 ‘그림의 떡’이다. 설날은 해외 스프링캠프 일정과 겹치고, 추석은 항상 시즌 막판 ‘가을 야구’ 경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롯데는 올해 코로나19로 ‘안방’ 부산에서 훈련을 하게 되면서 선수들이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는 허문회 감독의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잘 쉬고, 마음도 잘 비워야 훈련 효과도 좋다는 것이다. 그동안 부산 서면 롯데호텔에서 합숙하며 출퇴근 시간을 아끼고, 훈련 효율성을 높인 것도 한몫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야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설 연휴를 집에서 보낸다”면서 “야구에 집중하려면 야구장에 오기 전 머리를 깨끗이 비워야 한다.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 하는 이번 명절을 마음을 비울 좋은 기회로 잘 활용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도 1년 차 감독 시절을 겪으면서 조급한 마음을 비우는 여유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야구를 시작한 후 가족과 설 연휴에 모두 모이는 것이 처음이다. 쉬는 동안 야구에 관한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해 오고 싶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지난해 부임 후 자율적인 훈련과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평소 “프로야구 선수는 개인 사업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부족한 부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선수 본인이니, 감독과 코치가 지도하기 전에 먼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허 감독의 지론에 롯데 스프링캠프는 강압적인 ‘지옥 훈련’은 철저히 배제하고, 선수가 본인에게 필요한 훈련을 능동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허 감독이 자율성과 신뢰를 강조하자 스프링캠프 시작 전 선수들도 신체적인 훈련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며 화답했다. 허 감독은 “선수단 전체가 캠프 준비를 잘했다. 체성분 분석에서 만족할 만한 수치가 나왔다”며 “내가 할 일이 없다”고 웃어보였다.

허문회 감독은 평소 “감독은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말로 자율성을 표현한다. 이번 스프링캠프도 일부러 참관을 자제한다. 선수들이 감독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리한 동작을 취하다 부상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허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지난 1년간 자율적인 팀 문화가 잘 정착됐다는 판단을 한다. 실제 이번 스프링캠프의 공식 훈련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단 3시간이다. 그러나 오전 8시부터 일찌감치 출근해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들로 훈련장이 가득하다.

손아섭 등 고참 선수도 선수단의 달라진 분위기에 놀란다. 손아섭은 “개인 훈련을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런 문화와 경쟁 심리가 더 나은 팀이 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