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인하’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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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최된 ‘2021 협력사 컨벤션’에서 수상한 우수 협력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제공

르노삼성자동차가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희망퇴직 등 ‘서바이벌 플랜’에 돌입한 가운데 협력업체들에도 사실상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9일 경기도 용인시 르노삼성차연구소에서 협력업체 224곳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2021 협력사 컨벤션’을 열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9일 ‘협력사 컨벤션’ 개최
224개 업체 온·오프라인 참석
올해 사업 현황·경영 계획 발표
수익성·경쟁력 강화 협조 당부
납품업체들, 경영난 가중될 듯

행사는 르노그룹과 르노삼성차의 사업 현황과 올해 경영 계획을 협력사들과 공유하는 프리젠테이션 세션에 이어 지난해 르노삼성차의 연구개발과 생산에 기여한 우수 협력사에게 시상하는 ‘2020 올해의 협력사’ 시상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올해 행사는 코로나 영향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생중계로 동시에 치러졌다.

이날 르노그룹과 르노삼성차 경영진은 협력업체들에게 수익성 확보를 위한 협조를 잇따라 당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사실상 납품단가 인하를 요청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구매 최고 책임자인 베로니크 살랏데포 의장은 지난 1월 르노그룹이 발표한 수익성 강화 중심의 새로운 경영전략안 ‘르놀루션’의 주요 내용을 언급한 뒤 르노그룹과 르노삼성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환기적 조치에 협력업체들도 뜻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살랏데포 의장은 “한국의 협력업체들은 그룹에 기여도가 큰 만큼 르노삼성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힘써준다면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미닉 시뇨라 사장도 협력업체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시뇨라 사장은 올 상반기 ‘XM3 하이브리드’ 모델의 유럽 출시 계획을 언급하면서 상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협력업체도 함께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시뇨라 사장은 “르노삼성차와 협력업체 모두 상생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조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그룹과 르노삼성차 경영진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는 예견됐다. 지난달 르노삼성차가 ‘서바이벌 플랜’을 발표하면서 희망퇴직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해 협력업체들 사이에선 “칼날이 곧 우리에게도 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앞서 지난달 25일 부산상공회의소가 ‘르노삼성차 구조조정 발표에 따른 부울경 협력업체 60곳 긴급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대부분 협력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납품단가 인하 요구까지 할 경우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협력업체들은 2018년 이후 평균 매출은 30%, 인력은 20% 각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협력업체 A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르노삼성차 판매량 감소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납품단가까지 더 낮추라고 하면 어떻게 버티라는 거냐”면서 “지금도 노조가 파업하면 휴업을 해야 하나 어쩌나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단가 인하까지 요구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하소연했다. B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르노삼성차 판매 부진이 심해져 르노삼성차 납품 비중을 줄이고 현대기아차 납품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같은 재료와 방법으로 단가를 낮추라는 얘기가 아니다”면서 “글로벌 업체들처럼 품질을 맞추면서 지금과는 다른 검증된 재료, 개선된 프로세스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부품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동진·김영한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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