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보일러 수리로 따뜻한 이웃 사랑 전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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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보냉가설봉사단 단장

대한민국 기술설비 명장 제1호 박진관. 뛰어난 기술을 가진 그는 오히려 지역 주민을 위해 헌신하는 봉사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다양한 나눔 활동은 자주 각종 언론에 소개됐다. 각종 강연과 사회공헌 활동은 어쩌면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저녁 식사를 겸한 인터뷰에서 명장 박진관 씨가 주로 활동하는 보냉가설봉사단에 꽂혔다.

대한민국 기술설비 명장 제1호
아산상 봉사상 상금 3000만 원 기부
좋은 일 많이 알려 세상 더 좋아지길

“어쩌면 이웃 사랑은 따뜻함입니다. 예전엔 아궁이와 구들장이 그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보일러죠. 보일러가 봉사입니다.” 박 단장은 설비 전문가다. 배관기능장이자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지열 관련 공학박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주말이면 어김없이 면장갑에 멍키스패너를 들고 방바닥이 냉랭한 이웃을 찾아간다.

“보일러 고장 난 집은 들어서면 냉기가 엄습합니다. 전기장판 등으로 난방을 아무리 해도 온기가 없는 것이죠. 특히 올해처럼 추운 겨울엔 보일러를 고쳐주면 칭찬 많이 받습니다.” 박 단장이 사람 좋은 표정으로 웃었다.

주 중엔 (주)천일건축엔지니어링사업부 상무로 근무하지만, 주말만 되면 보일러공으로 변신하는 박 단장. 그의 손을 거치면 고장 난 보일러는 다시 열을 뿜는다. 너무 낡아 고치지 못하는 보일러는 새것으로 교체한다. 보일러 가격이 만만찮지만, 올해만큼은 여력이 있다. 거액의 상금을 받은 것이다.

“지난 연말 아산상 자원봉사상을 받았습니다. 상금이 무려 3000만 원입니다. 고 정주영 회장이 설립한 공익재단 아산복지재단에서 주는 분에 넘치는 상이죠.” 박 단장은 3000만 원 전액을 자신도 회원인 보냉가설봉사단에 선뜻 기부했다.

슬쩍 걱정됐다. 사모님이나 아이들도 동의했는지 물었더니, 반대가 없었다고 바로 답했다. “아내는 저를 이해해줍니다. 주말 휴일도 없이 늘 집 밖에 나가니 포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하는 봉사에 대해서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제 아이들도 저를 따라 봉사를 다닙니다.”

두 아들은 몇 년간 박 단장과 함께 봉사를 다녔다. “한번은 아이 가방이 베란다에 따로 있는 걸 봤습니다. 열어 보니 검댕이 묻은 작업복이더라고요. 일반 옷가지와 따로 세탁하려고 둔 것이었는데 마음이 짠했습니다.” 박 단장은 아이들에게는 굳이 보일러 만지는 일을 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가 아버지를 이해하고 함께 봉사도 다녀 내심 든든하단다. 작은 아들 근용 씨는 최근 튼실한 기업에 취직해 미국 디트로이트로 발령받아 기분이 좋단다.

“실은 아산상도 제가 공적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상을 주는 위원회에서 알아서 전국의 봉사인을 발굴해 저를 지목했지요. 대상인 ‘아산상’은 우간다에서 의료봉사하는 베네딕도수녀회 여혜화 분원장 수녀님이 받았고, 저는 자원봉사상을 받았습니다.”

박 단장은 봉사하면서 결코 자신을 내세우거나, 자랑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상을 받고 보니 생각을 조금 달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좋은 일은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야 좋은 기운이 널리 퍼지고, 많이 전파돼 우리 사회가 더욱더 따뜻해지겠지요.”

일주일에 5일은 회사에서, 남은 2일은 봉사활동으로 주7일 일하는 박 단장은 사실 24시간 비상대기란다. “예전에 봉사했던 댁에서 급하게 연락이 옵니다. 이웃집에 보일러 물이 새는 데 좀 고쳐달라고 하면 또 달려갑니다.”

아산상 상금은 물론 2010년 협성봉사상 상금 1000만 원과 대한민국 명장 일시 장려금, 강의료, 원고료 등을 지속해서 기부해 온 박 단장은 올해 들어 경로당 2곳과 시 추천 기초수급자 3세대 등 12세대의 기름보일러 교체와 집수리를 했다. 그의 봉사는 활발한 현재진행형이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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