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호접란 10여 년 만에 미국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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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5000만 원 상당 3만 포기

울산 북구 한 농장에서 키워지고 있는 호접란. 울산시 제공

“고생해서 잘 키운 귀한 딸을 부잣집에 시집 보내는 기분입니다.”

울산시 북구 송정농원 황문구 대표는 10일 농가에서 출하한 호접란이 미국 수출용 차량에 차곡차곡 쌓이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간 코로나19로 호접란 판로를 찾지 못해 졸인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울산 호접란이 10여 년 만에 다시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울산시는 이날 오전 송정농원에서 조촐한 수출 행사를 마련했다. 1차분은 3만 포기, 1억 5000만 원 상당. 호접란은 미국 LA를 경유해 플로리다주 아포카시에 있는 코러드 오키드 농장으로 먼 길을 떠난다. 북구 재배농가에서 약 14개월 자란 난으로, 미국 현지에서 3~4개월 더 키워 꽃을 피운 후 미국 전역에 판매한다.

호접란은 나풀나풀한 꽃 모양이 나비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태가 단번에 시선을 끄는데 공기정화 기능까지 알려지면서 더욱 사랑받는 꽃이다. 울산 호접란은 국내 최고 품질을 자랑하며 지역 특산물로 사랑받고 있다. 꽃이 한 번 피면 3개월에서 길게는 5개월까지 즐길 수 있다.

울산 호접란을 미국에 수출하기까지 사연도 많았다. 2001년 비로소 미국으로 수출길을 텄지만, 검역 문제로 2011년부터 중단해야 했다. 한·미 양국은 5년간 논의 끝에 2017년 국내산 난을 화분에 심은 채 수출하도록 허용했다. 이후 울산시는 2019년 0.4ha(1300평) 규모 난 재배 전용 시설하우스를 준공하고 그해 12월 미국 수출단지로 승인받았다.

코로나19로 장기간 허덕이던 지역 호접란 농가들도 이제야 숨통이 트였다. 황 대표는 “해마다 1억 7000만 원에서 최대 2억 원까지 매출을 거두던 호접란이 코로나19 탓에 내수 시장이 급감하면서 마이너스 수익으로 돌아섰다”며 “호접란 재배 농가도 해마다 줄어 북구에는 단 2곳만 남았는데, 이번 미국 수출을 계기로 지역 호접란 재배산업이 다시 활기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호접란의 미국 수출은 일회성이 아니”라며 “본격적인 수출이 이뤄지면 올해 미국에만 총 10만 포기, 5억 원 정도 수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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