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시장상인회 간부 ‘상인 대출금’ 4억 갖고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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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출금을 관리하던 부산 연제구의 한 전통시장 상인회 간부가 연락이 두절돼 구청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대출금이 상인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증발되면서 연제구청은 피해 규모 전수 조사에 나섰다.

10일 연제구청은 “연산시장 상인회 관계자 A 씨의 횡령 의혹에 대해 연제경찰서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연산시장 상인회 직원으로 재직 중이던 A 씨는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서금원)의 전통시장 소액대출 사업을 도맡아 왔다. 구청 측은 A 씨가 시장 상인 수십 명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 신청서를 허위로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4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했다. A 씨는 10일 오후까지 상인회에 출근을 하지 않을뿐더러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전통시장 소액 대출’ 담당자
상인들 명의 도용 후 도주 의혹
구청, 횡령 혐의로 경찰에 의뢰

전통시장 소액대출사업은 2009년부터 서금원이 시작한 전통시장 영세 상인들의 소액대출 프로그램이다. 신용도가 낮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고리로 대출받지 않도록 저리로 대출해준다. 구청이 서금원에 사업을 대리할 상인회를 추천하고, 상인회가 주체가 돼 소속 상인들의 대출 업무를 맡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인들이 소액대출이 필요할 경우 상인회를 거쳐 서금원에 이를 신청한다. 서금원 역시 대출액을 상인들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고 상인회를 거쳐서 지급해 왔다. 상인회에서 대출 관리를 맡은 A 씨는 자금을 관리할 수 있고 대출 신청마저 자신이 임의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A 씨의 횡령 의혹은 피해 상인들의 신고로 제기됐다. 지난 2일 연산시장 상인 이 모(50) 씨는 생계가 어려워 소액 대출을 목적으로 은행을 찾았다가 창구 직원으로부터 ‘이미 대출이 신청돼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

이 씨는 “지난 1년 동안 대출을 신청한 적이 없었는데 대출이 신청되어 있다”며 즉시 상인회와 구청에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상인 김 모(53) 씨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 A 씨의 범행에 휘말렸다. 지난해 12월 26일 김 씨는 온누리 상품권 교환을 위해 사업자 등록증과 주민등록증을 상인회에 맡겼다. 그랬더니 이틀 후인 28일 그의 명의로 대출금 1000만 원이 신청됐다. 김 씨는 “이틀 만에 나도 모르는 1000만 원이 대출 신청 됐다. 만져보지도 못한 돈이 대출됐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구청 측은 연산시장을 직접 찾아 대출 사기 의혹으로 피해를 입은 상인 규모를 파악 중이다. 연산시장 상인회 측도 연제경찰서에 A 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연제구청은 비정상적인 대출로 피해를 보게 된 상인들의 피해액 변제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김외경 연제구청 일자리경제과 진흥계장은 “법적 자문을 구한 결과, A 씨가 대출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정상적 대출이 이뤄졌을 경우 변제 책임은 A 씨 몫이다”며 “전통시장 상인 소액대출사업의 취지는 좋지만 이 같은 횡령을 막을 안전장치가 없어 우려가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경찰 수사를 거쳐 상인들의 피해액이 변제되는지 등을 주시하고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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