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전 장관 구속… 판박이 ‘부산판 블랙리스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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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인 귀성 행렬이 시작된 1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승강장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가기 위해 열차에 오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2018년 부산에서 일어난 ‘부산판 블랙리스트’ 의혹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 취임 직전 부산시 공무원들이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했다는 의혹이다.

의혹이 불거진 뒤 이를 검찰에 고발한 야당은 엄정한 수사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검찰 조사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환경부 장관의 법정구속으로 부산지검이 ‘부산판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거돈 전 시장 취임 직전
공공기관 임원 사직 종용 혐의
시 간부들 부산지검에 피고발
검찰 수사 지지부진 결과 주목
“코드·보복 인사 악습 사라져야”

9일 서울중앙지법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표를 종용한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부산판 블랙리스트’ 의혹은 이 사건과 판박이다. 2018년 7월 오 전 부산시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8년 6월 하순께 부산시청 간부 공무원들이 부산시 산하 25개 공공기관 임원 40여 명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다는 게 고발 내용이다.

2019년 4월 당시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은 부산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부산시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사건 진상조사단’도 구성했다. 자유한국당 측은 당시 사직서 제출 종용에 가담한 부산시 간부 6명 중 4명의 신원까지 특정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못지않게 중대한 범죄”라며 “부산시도 더이상 코드 인사, 보은 인사 같은 악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관련자들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발장 제출 이후 1년 10개월이 지났지만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에 따르면 검찰에서는 고발장 제출 이후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핵심 조사 대상인 피고발인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당시 피고발인으로 지목된 한 부산시 공무원은 최근 “2019년 4월 검찰 고발 이후 검찰에서 아직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 심적인 부담이 굉장히 커 빨리 정리됐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역시 고발 때와 달리 검찰 조사를 적극적으로 압박하지 않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한 관계자는 “한 차례 고발인 조사 이후 총선 등의 일정으로 수사 진행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부산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관습은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기가 보장된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인사가 시장이 바뀔 때마다 좌지우지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9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유죄로 판단한 재판부 역시 “사표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관행으로 인한 폐해는 심각하며, 타파돼야 할 불법적인 관행”이라고 못 박았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코드, 보복 인사를 하는 악습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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