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버텼지만…” 여행객 끊긴 해운대, 문 닫는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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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불이 꺼진 부산 해운대구 중동 ‘게스트하우스710’의 4층 내부. 폐업 준비에 들어간 이 게스트하우스 벽에는 투숙객들이 남긴 사진과 메모가 그대로 붙어 있다.



“손님은 다 떠났는데 버려야 할 쓰레기는 아직도 많네요.”

지난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중동 ‘게스트하우스710’. 주인 최 모(33) 씨는 4층 복도에서 병과 캔을 분리수거하다 씁쓸하게 웃으며 취재진을 맞았다.

이 건물 3~5층을 빌려 영업한 게스트하우스는 사람 하나 없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텅 빈 도미토리(일종의 다인실) 객실마다 냉기가 감돌고, 복도에는 당장 처리해야 할 플라스틱과 일반쓰레기 봉투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한 객실에는 철제 2층 침대 프레임 위에 매트리스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해운대구 중동 게스트하우스
“코로나에 투숙객 확 줄었는데
고액 관리비는 매달 꼬박꼬박
끝 안 보이는 상황에 결국 폐업”
지난해에만 해운대 6곳 문 닫아

최 씨는 사흘 전 마지막 손님인 장기 투숙객 4명이 떠나자 폐업 준비에 들어갔다. 발버둥 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투숙객이 확 줄었지만, 관광업이 정상 수준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버티고 버텼다. 하지만 1년이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19 사태는 지금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최대 40명 숙박이 가능한 게스트하우스에 손님은 찾아오지 않았고, 매달 고액의 관리비 영수증이 꼬박꼬박 날아들었다. 이날 쓰레기 정리를 마친 최 씨는 인터넷과 TV도 직접 해지했다. 마지막으로 폐업 신고를 위해 해운대구청에 반납할 영업신고증을 액자에서 꺼낸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는 젊은 여행객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던 게스트하우스마저 무릎 꿇게 하고 있다. 최 씨가 2017년부터 운영한 이 게스트하우스는 도미토리 객실 기준 1만 원~1만 5000원에 손님을 맞았다. 숙박 사이트 평점도 높은 편이라 여름이면 늘 투숙객으로 붐볐다.

비수기에는 입소문을 타고 외국인들까지 찾아왔다. 일본 등 인근 국가에는 최 씨 단골 손님까지 있을 정도였다. 도쿄에 사는 일본인 단골 고객 나오코(34·여) 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2018년부터 부산에 올 때마다 ‘게스트하우스710’을 찾았는데 코로나19로 최근에는 한국에 가지 못했다. 많은 추억이 남은 곳이 없어진다니 슬프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관광 1번지’ 해운대구에서 최 씨 게스트하우스처럼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게스트하우스는 휴가철 국내외 관광객 수에 큰 영향을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가 시작된 지난해에만 해운대구에서 게스트하우스 6곳이 폐업한 상황이다. 숙박업으로 분류되는 게스트하우스는 따로 현황 관리가 되지 않아 부산 전체에서 정확한 개수를 알 수는 없지만, 외국인뿐만 아니라 젊은 국내 관광객이 많이 찾은 해운대구는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여행과 영업이 제한되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해도 벼랑 끝에 선 숙박업계는 한탄을 멈출 수 없다.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나 이를 타개할 뾰족한 해법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게스트하우스는 호텔에 비해 저렴하게 이용이 가능하고, 공간 대비 많은 인원이 투숙이 가능해 관광객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많았다. 게스트하우스가 연이어 문을 닫아 버리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특히 젊은 관광객들이 저렴하게 숙박을 할 곳이 줄어든다.

해운대구숙박협회 김명우 사무국장은 “국내 관광객마저 이제 부산이 아닌 강원도나 제주도로 향하는 경우가 많고, 워낙 투숙객이 줄어서 너나없이 다들 힘들어한다”며 “대출을 받으며 버티는 곳이 대부분인데 특히 건물을 임차한 사업자들은 서서히 폐업 쪽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자들이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숙박 시설. 침대 여러 개를 둔 도미토리 객실부터 2인실 등 다양한 형태의 객실이 있다. 국내외 여행자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춘 곳도 많다. 하루 숙박료는 보통 1만 원에서 3만 원대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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