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모임은 멀리, 미술은 가까이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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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현대미술관 설날 정상 운영
회화, 영상, 건축, 설치 등 다양한 미술 작품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으로 전시 관람 가능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발이 묶인 설 연휴.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에 가면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유에스비’(USB, Universe Society Being)전 중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작품. 부산일보DB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발이 묶인 설 연휴.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에 가면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유에스비’(USB, Universe Society Being)전 중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작품. 부산일보DB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2021년의 설 연휴. ‘집콕’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까? 코로나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명절이 명절이 아니게 됐다. 설 연휴 안전하게 뭔가 색다른 시간을 보낼 수 없을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공공 미술관 방문을 추천한다.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은 설 연휴에도 휴관 없이 정상 운영된다. 두 미술관은 입장객 숫자와 시간 등을 제한한 사전예약관람제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안전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관람 예약: https://art.busan.go.kr/06_community/community07.jsp


① 중국 동시대 미술 3부작 ‘상흔을 넘어’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중국 미술의 변화 과정을 압축해 보여 준다. 1954년생 주진스, 1966년생 쑹둥, 1972년생 류웨이 세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민주화, 자본 유입, 도시화로 인한 중국 사회의 변화와 동시대 중국 미술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주진스의 ‘남과 북’은 시골 제지공장에서 만든 선지를 이용해 24m 길이의 대형 원통 구조물을 만들었다. 작각 어린 시절 본 종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작품 주위를 천천히 한 바퀴 돌면서 사색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쑹둥의 비둘기 집은 직접 작품에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이와 함께 전시장 로비에 거대한 중국 장기판을 설치한 작품 ‘상흔’이 눈길을 끈다. 중국 현지의 주택 철거 현장에서 오브제로 만든 말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중국인의 생활상까지 보인다.

류웨이는 ‘풍경’과 같이 풍자와 유머를 담아낸 작품부터 원자와 양자의 세계에 개념적으로 접근한 ‘마이크로월드’ 같은 작품을 선보인다. ▶2월 28일까지 본관 2층 대전시실과 로비.

주진스의 '남과 북'은 1만 3200장의 선지로 만든 24m 길이의 대작이다. 오금아 기자 주진스의 '남과 북'은 1만 3200장의 선지로 만든 24m 길이의 대작이다. 오금아 기자

② ‘이우환과 그 친구들Ⅱ-빌 비올라, 조우’

현대미술의 중심에 있는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작품 16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우환 작가와 맥락을 함께하는 작가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로 기획된 전시이다.

이우환 공간에서 소개되는 초기작,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 대표작가로 출품한 ‘인사’, ‘밀레니엄의 다섯 천사’ ‘순교자들’ 시리즈 등 빌 비올라의 예술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과 조우할 수 있다. 마지막 전시장의 ‘우리는 날마다 나아간다’는 관람객을 인간 삶의 순환에 대한 사유까지 이끌어 간다.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 슬로 모션을 걸거나 영상을 역재생해 시간을 확장하고 그 속에 숨어 보이지 않았던 감정을 발견하게 만든다. ▶4월 4일까지 본관 3층과 이우환 공간.

빌 비올라 Going Forth By Day(우리는 날마다 나아간다) 중 'The Voyage(여정)', 2002. Video/sound installation. Photo: Mathias Schormann © Bill Viola Studio 빌 비올라 Going Forth By Day(우리는 날마다 나아간다) 중 'The Voyage(여정)', 2002. Video/sound installation. Photo: Mathias Schormann © Bill Viola Studio

③ ‘소장품 하이라이트2-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

부산시립미술관 소장품 중 2000년대 전후의 국내외 인물화 2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이다. 앤디 워홀, 곽덕준, 윤석남, 장 샤오강, 이진이, 박자현, 서용선, 노원희 등의 작품을 전시한다. 기형도 시인의 시 구절에서 전시 제목을 가져왔다.

전시는 3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첫째는 현대 예술가의 자화상에서 주체인식과 위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예술가가 세상을 향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둘째는 인간이 사회제도 속 부품으로 인식되고 그로 인해 소외와 분열을 느끼고 고뇌하는 모습이다. 셋째는 불합리한 제도와 부조리를 인식하며 나아가는 인간이다. 각 작품 속 인물의 모습을 통해 시대상을 반영하고, 인간의 존재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10월 3일까지 본관 3층 소전시실.

장샤오강의 '망각과 기억 no.9'.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장샤오강의 '망각과 기억 no.9'.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④ ‘유에스비:Universe Society Being’

부산시립미술관 소장품 중 영상 관련 작품 6점을 전시한다. 영상이라는 매체 자체에 집중해 순수 영상미를 추구하는 그룹과 영상 매체를 이용해 현실을 비판하고 여성주의 등 내러티브를 강조하는 그룹으로 섹션을 나눴다.

영상미를 추구하는 작가로는 이이남, 제니퍼 스타인캠프, 이용백의 작품을 선보인다. 영상 매체를 이용한 현실 비판 섹션에서는 전준호&문경원, 예스퍼 유스트, 정은영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준호와 문경원 작가의 ‘축지법과 비행술’에는 배우 임수정이 출연한다. 이 작품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2월 14일까지 본관 2층 A, H실.

전준호·문경원 '축지법과 비행술'.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전준호·문경원 '축지법과 비행술'.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⑤ ‘네버랜드 사운드랜드:권병준-소리산책’

부산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서 지난해 ‘네버랜드 라이트랜드:빛과 상상의 나라’에 이어 열리는 전시이다. 이번에는 소리를 통한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전달한다.

전자 음악과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권병준 작가는 시각적 장치와 악기를 통해 소리를 듣고 보고 몸을 움직이고 진동으로 느끼면서 감상하게 만들었다. ‘어린이를 위한 입체 음향관’ ‘공중 정원’ ‘오묘한 진리의 숲4-다문화 가정의 자장가’ 등 특별한 소리 체험의 시간이 기다린다. ▶8월 22일까지 지하1층 어린이갤러리.

‘네버랜드 사운드랜드:권병준-소리산책’이 부산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서 열린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네버랜드 사운드랜드:권병준-소리산책’이 부산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서 열린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현대미술관

전시 관람 예약: https://reserve.busan.go.kr/exprn/list?srchResveInsttCd=35


① 미래 건축 엿보기 ‘혁명은 도시적으로’

코로나19 시대 이후의 도시 공간의 변화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전시이다. 방역, 거리두기 등의 키워드를 건축적 조형으로 풀어낸 작품부터 야외 캠핑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기발함을 보여주는 전시까지 보는 재미를 준다.

김성률, 김유진, 김병찬, 안용대, 여창호, 우신구, 원호성, 이기철, 이성호, 이원영, 표응석 등 11명의 건축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실내와 실외 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건축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갈 내일의 건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4월 11일까지 1층 전시실과 야외공간.

안용대 '포스트 코로사19;ZIP'.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안용대 '포스트 코로사19;ZIP'.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② 우리는 진정 자유로운가 ‘개인들의 사회’

개인이 중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개개인은 정말 자유로운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전시이다. 류성실, 서평주, 손혜경, 송세진, 이우성, 임봉호, 하룬 파로키, 마이클 맨디버그 8명의 작가가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동시대 예술가들의 눈으로 개인이 처한 현실의 구체적 모습을 보여주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존재와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들여다 본다. 예술이 사회의 문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지를 영상과 설치 작품 등으로 보여준다. ▶5월 2일까지 2층 전시실2.

마이클 맨디버그 '계량화된 자화상'.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마이클 맨디버그 '계량화된 자화상'.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③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푸른 종소리’

소리로 공감할 수 있을까? 안젤리카 메시티, 예스퍼 유스트, 삼손 영, 라그나 캬르탄슨&더 내셔널, 장민승과 정재일, 최대진 등이 전시에 참여한다. 현대미술가, 음악가, 무용수 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들이 사회적 메시지에 대한 공감을 색다른 방식으로 이끌어 낸다.

안젤리카 메시티의 ‘릴레이 리그’에서 시각장애인의 손을 잡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무용수의 움직임을 전달하는 영상은 함께를 통해 더 넓은 감각과 세상을 공유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소리가 두드러지는 전시장 곳곳에서 중간중간 멈추고, 소리와 그 너머에 존재하는 감정에 집중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이다. ▶3월 21일까지 지하 전시실 3, 5.

ANGELICA MESITI, Relay League, 2017 (still). Three-channel High Definition video, 16:9, colour, sound, 9 minutes 11 seconds. Courtesy the artist and Anna Schwartz Gallery. ANGELICA MESITI, Relay League, 2017 (still). Three-channel High Definition video, 16:9, colour, sound, 9 minutes 11 seconds. Courtesy the artist and Anna Schwartz Gallery.

④ ‘동시대-미술-비즈니스: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질서들’

동시대 미술에 대한 작가·연구자들의 강의과 아카이브를 전시로 만날 수 있다. 동시대 미술관에 자본이 미치는 영향, 동시대 미술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질서와 조건, 동시대 미술관에 요구되는 예술 자율성과 주권성에 대한 내용들이 다뤄진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깊이 있는 미술 강연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3월 21일까지 지하 전시실4.

히토 슈타이얼 '미술관은 전쟁터인가'.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히토 슈타이얼 '미술관은 전쟁터인가'.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미술관에서 보내는 예술적 감흥으로 가득한 설 연휴. 작품을 보고 남은 시간에 미술관의 카페에서 여유도 즐길 수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의 경우 카페 자체가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공간 작품이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에겐 미술관 주변 야외공간에서 뛰어노는 시간도 제공할 수 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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