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모시고 영상으로 인사하고… 코로나가 바꾼 설 풍속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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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 날인 13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로 거리가 포근한 날씨 속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모처럼 붐비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5일부터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로 한 단계씩 하향 조정하기로 해 부울경 지역의 식당, 카페, 실내체육시설 등의 운영시간 제한이 완전히 해제된다. 정종회 기자 jjh@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3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로 거리가 포근한 날씨 속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모처럼 붐비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5일부터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로 한 단계씩 하향 조정하기로 해 부울경 지역의 식당, 카페, 실내체육시설 등의 운영시간 제한이 완전히 해제된다. 정종회 기자 jjh@

코로나19로 민족 대명절인 설날의 차례 풍경도 급속도로 바뀌었다.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면서 형제·자매들이 한 곳에 모여 북적이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집합금지 명령을 준수하면서도 어떻게든 전통을 이어나가려는 의지는 부산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새로운 풍속도를 그려냈다.

부산진구 당감동에 살고 있는 이영준(가명·53) 씨는 이번 설에 차례를 아예 지내지 않았다. 30년 넘게 큰집에 다섯 형제·자매가 모여 차례를 지냈지만 올해부터 근교 가야사에 부모님을 모시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로 5인 이상 모임이 아예 금지되자 형제·자매들과 상의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 씨는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몰라 형제들끼리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부모님을 절에 모시게 됐다”면서 “이번 설에도 가족 4명이서 조용히 절에 다녀오니 홀가분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차례 패싱·비대면 세배 등 확산

일괄적 5인 모임 금지 아쉬움에

방역수칙 위반 몰래 본가 이동도


영상통화 등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를 적극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전태수(가명·41) 씨 가족은 이번 명절에 친형네 가족만 대구에 있는 어머님을 찾아뵙고 차례를 지내기로 합의했다. 두 형제 가족이 각각 4인인 탓에 ‘5인 이상 집합 금지’ 방침을 피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 씨는 “이번 설에는 형네 가족만 가는 대신 우리 가족은 영상통화로 어머님께 안부 인사를 드렸다”면서 “어머님의 연세가 적지 않은데 가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방역당국의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모든 가정이 받아들인 건 아니다. 당장 지근거리에서 시댁이나 처가와 왕래하던 맞벌이 부부 가정마다 연휴 내내 방역수칙으로 숱한 부부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래구에 살고 있는 박준식(가명·43) 씨는 본가가 아파트 바로 옆 동에 있는 탓에 눈 딱 감고 차례를 강행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박 씨네 식구만 해도 6명이다보니 차례는 곧 방역수칙 위반인 셈이었다. 연휴 전 한 차례 옥신각신 부부 싸움을 한 박 씨는 결국 가족과 함께 새벽 시간 지하 주차장을 통해 몰래 본가로 갔다. 박 씨는 “타지에 살고 있으면 방역수칙 핑계라도 대겠지만 육아 때문에 시가나 처가 근처에 살던 가정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세시 풍속 변화에 민속학계도 혀를 내둘렀다. 사실상 차례를 막아놓은 거나 다름없는 방역당국 조치에도 민속 명절 분위기를 유지하려 갖은 수단을 동원한 시민 노력이 눈물 겨울 지경이라는 것. 부산에서 향토사만 60년 넘게 연구해 온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 주영택 원장은 “방역당국이 방역 수칙 준수 여부와 상관 없이 일괄적으로 5인 모임을 금지해 차례를 원천봉쇄한 건 두고두고 아쉽다”면서도 “시민들이 고 ‘못 모이니 차례를 지내지 말자’고 포기한 게 아니라 온라인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설 연휴 세시 전통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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