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도 서슴지 않는 미얀마 군부, 시위대에 무차별 곤봉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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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시위대가 안대로 눈을 가린 채 길바닥에 드러누워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가 사그러들지 않으면서 군경의 대응 수위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16일 트위터 등 SNS에서 ‘#만달레이(#Mandalay)’, ‘#미얀마에서벌어지는일(#WhatIsHappeningInMyanmar)’ 등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미얀마 군경이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과 새총을 쏘고, 곤봉 세례를 퍼붓는 등 폭력을 행사하거나 고무탄 총으로 추정되는 장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진이 줄을 이었다. 건물 안에 숨었다가 투항해 밖으로 나오는 시위대에게 무자비하게 곤봉 세례를 퍼붓는 동영상도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미얀마 군인들은 비무장 평화 시위대를 노예처럼 대했다”, “사복 차림의 군인이 궁지에 몰린 시위대와 여성을 향해 발포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고무탄도 발포 ‘진압 강도’ 높여
이틀째 새벽 시간 인터넷 차단
네티즌 “노예처럼 대한다” 반발
시민, 한국 등 각국 대사관 앞서
쿠데타 규탄, 관심·지지 호소

이처럼 진압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날까지 이틀 연속 새벽 시간대에 인터넷이 차단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네트워크 모니터링 단체인 넷블록스에 따르면, 연일 쿠데타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미얀마에서는 15일 오전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인터넷이 차단됐고, 이날도 같은 시간대에 인터넷 접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은행 등을 포함해 여러 기업이 근무를 시작하는 오전 9시가 되자 인터넷 접속이 재개됐다.

이를 두고 군부가 심야 및 새벽 시간에 쿠데타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임의 체포하면서 이를 숨기기 위해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인터넷을 막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위대는 거리 시위에서 ‘낮에는 사람을 죽이고, 밤에는 납치하고, TV에서는 거짓말하는 게 군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야간 납치를 멈추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얀마 국민들은 국제 사회를 상대로 관심과 지지 호소에도 나섰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고 군경의 무력 진압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미얀마 시위대는 연일 양곤 중심부의 미국 대사관을 찾아 쿠데타 규탄과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석방 등을 호소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쿠데타를 규탄한데 이어 경제 제재 의사까지 밝혔다.

지난 15일에는 한국 대사관 앞에서도 시위대가 모여 쿠데타를 규탄하고 한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도 시위대가 비슷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쿠데타에 미온적 입장을 보이는 중국과 러시아 대사관에서는 시위대가 ‘군부를 지지하지 말라’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만달레이 외국어대 학생들은 전공을 살려 쿠데타 및 군사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를 호소하는 글을 8개 국어로 제작했다. 8개 국어는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태국어 등이다.

미얀마타임스는 지난 14일 교내 시위에서 학생들이 8개 국어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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