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전담, 폭언엔 상처, 그래도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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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확진자 발생 1년… 자가격리자 담당 공무원의 희로애락

자가격리자에게 전달할 구호물품을 옮기는 부산 북구청 김동규 주무관. 북구청 제공


16일 현재 부산 지역의 코로나19 누적 자가격리자 수는 10만 6029명이다. 자가격리자는 최소 2주 집에 머물러야 한다. 꼼짝없이 세상과 단절된 시간, 이들과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모니터링 전담 공무원이다. 지난해 2월 21일 부산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이후 1년 가까이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자가격리자 담당 공무원의 희로애락을 들여다본다.


부인·모친상 당한 자가격리자
방호복 입고 장례식장까지 함께해

구호물품 전달하려 전화하자
다짜고짜 “내가 거지냐, 바이러스냐”

감사 쪽지 요구르트·문자 ‘큰 힘’
잘 이겨 내 왔으니 조금만 더 힘내요



■격리자 1명당 공무원 1명

16일 현재 부산에서 자가격리 중인 시민은 5476명이다. 확진자와 접촉한 시민이 2335명, 해외입국자가 3135명이다. 자가격리자로 분류되면 해당 지역 공무원이 1 대 1로 배정된다. 따라서 전담 공무원의 수도 자가격리자의 수와 같다.

전담 직원은 자신이 맡은 기존 업무에다 모니터링 업무까지 병행한다. 전담 직원들은 자가격리자를 배정받으면 손 소독제와 마스크 등 구호물품, 라면·햇반 등이 담긴 자가격리 세트를 전달한다. 이후 전담 직원은 오전에 한 번 전화로 자가격리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자가격리자는 앱을 통해 하루 두 번 건강상태를 입력한다. 입력된 자가격리자의 체온과 기침 상태 정보는 전담 직원 휴대폰으로 전달되고, 코로나19 의심 증상 등이 보이면 바로 보건소로 통지한다.



■격리자 부인 장례식장 동행도

해운대구청 주고성 복지정책과 주무관은 지난달 오전 2시 30분께 구청 당직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주 주무관이 맡은 해외 입국자 40대 남성 A 씨가 "아내가 위독하다"며 전화를 건 것이다. 주 주무관은 보건소 직원 1명과 구급차를 타고 A 씨 집 앞으로 갔다. 현재 방역지침에는 자가격리자는 직계가족이 상을 당했을 때는 담당 직원이 동행한 상태에서 다른 조문객과 접촉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시적으로 격리를 해제할 수 있다. 주 주무관은 A 씨를 태워 병원으로 향하던 중 A 씨의 부인이 숨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주 주무관과 A 씨는 결국 병원 대신 장례식장으로 향했고, A 씨는 사흘간 아내가 가는 마지막 길을 지킬 수 있었다.

자가격리자가 방호복을 입고 장례식에 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자가격리 중이던 B 씨는 어머니가 숨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B 씨 사정을 들은 보건소 직원은 방호복을 입고 보건소 구급차로 B 씨의 조문을 도왔다. B 씨 역시 방호복을 입고 잠시나마 조문을 했다. 직원들은 B 씨 어머니 묘소까지 동행했다.



■“내가 거지냐” 폭언까지

서구청 김진우 주무관은 자가격리 중이던 50대 남성 C 씨로부터 폭언을 들었다. 구호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연락하자 다짜고짜 “내가 거지냐? 바이러스냐?”며 화를 냈다. 자가격리 앱도 설치하지 않으려던 C 씨는 오랜 시간 설득 끝에 앱을 설치했다. C 씨는 자가격리 기간 중 김 주무관에게 알레르기약과 담배를 사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주무관은 “자가격리를 하면 일상생활이 중단되기 때문에 화가 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한 번씩 과도한 요청을 할 때면 솔직히 힘이 든다”고 털어놨다.

자가격리자들의 작은 정성은 전담 공무원들에게 큰 힘이다. 한 자가격리자는 자신의 건강을 챙겨 줘 감사하다며 문 앞에 ‘이거 드시고 조금이나마 힘내세요’라는 쪽지를 붙인 요구르트를 놓았다. 다른 자가격리자는 전담 공무원에게 감사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북구 자가격리자 전담 직원을 관리하는 북구청 정영란 안전총괄과 팀장은 “매일 확진자나 자가격리자 수를 발표할 때 노심초사하며 가슴을 졸인 지도 벌써 1년이 됐다”며 “방역 최일선이라는 사명감으로 발로 뛴 직원들과 협조해 준 시민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잘 이겨 내 왔고 모두 조금만 더 힘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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