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코스닥 시총 1위 에이치엘비, 임상 결과 ‘허위 공시’ 논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울경 코스닥 상장사 중 시총 최상위에 있는 울산 기업 에이치엘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결과를 허위공시한 혐의로 금융당국의 심의를 받은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이날 에이치엘비 주가는 곤두박질쳐 장중 하한가를 기록한 후 6만 6500원(-27.24%)으로 마감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1만 6750원, -27.96%)과 에이치엘비제약(1만 3200원, -22.81%)도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이날 오후 유튜브를 통해 “(허위공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조사했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마치고 증권선물위원회 조치를 앞두고 있다”며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으로, 충분히 소명 및 입증 가능하다”며 혐의 자체는 부인했다.


금감원 조사, 증권선물위 조치 임박
항암 신약 후보물질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시험 결과 갑론을박
주가 급락 에이치엘비, 혐의 부인

문제가 된 것은 에이치엘비가 개발 중인 항암 신약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의 2019년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결과다. 그해 6월 에이치엘비는 “임상이 당초 기획한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이로써 FDA 허가신청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내부판단”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9월 “리보세라닙이 글로벌 임상 3상을 통과했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당시 에이치엘비 주가는 13만 38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에이치엘비가 당시 실패에 가까운 임상 결과를 마치 성공한 것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공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진 회장은 “당시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임상학적 유의성을 확보했다는 결론을 가졌다”며 “외부 과학자 및 외부 컨설팅 업체에서도 NDA(신약승인) 신청도 가능하다고 의견을 줬고, 자료가 완벽한 4차 치료제뿐만 아니라 3차 치료제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조언에 따라 NDA 준비를 해왔지만 코로나19 펜데믹 등으로 보완서류를 다 확보하지 못했다”며 “임상 결과 문제는 충분히 소명 가능하고 입증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진 회장의 입장 발표는 이날 오전 일부 매체의 ‘에이치엘비가 허위공시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보도 이후 에이치엘비 등 관련 3개 종목의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주가가 곤두박질친 후 에이치엘비 측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오후 2시에 공식 해명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알렸고 주가는 잠시 반등했다. 진 회장은 이날 보도에 대해 “(신약)개발을 하고 상업화를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해 (외부에서) 결론이 나는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진 회장의 해명 이후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되레 다시 하락했고, 결국 전 거래일 대비 27.24% 빠진 가격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하루 20만~30만 주에 불과하던 거래량도 이날 하루에만 3000만 주 이상으로 폭등했다.

1975년 울산에서 설립된 에이치엘비는 설립 당시 선박과 유리섬유 파이프 등을 만드는 제조업체였지만, 최근 글로벌 제약 바이오회사로 거듭났다. 에이치엘비는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4조 8997억 원으로, 부울경 코스닥 상장사 중 시총 1위 기업에 올랐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