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상의 혁신 안 보이나”… 한숨 깊어지는 부산 상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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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상공회의소 전경. 부산일보DB

최근 서울상공회의소 변화를 지켜보는 부산 경제인들 심경이 착잡하다. 서울상의는 IT·게임·스타트업 등 다양한 부문의 젊은 기업인들을 합류시키며 혁신과 세대교체에 성공하는 모습인 반면, 부산상공회의소는 차기 상의 의원과 회장 선출 과정에서 새 바람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젊은 경제인 사이에는 “쪼그라드는 부산 경제 사정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듯하다”는 자조마저 나온다.

최근 부산 기업인들이 모이면 “서울상의 전·현직 회장이 보여주는 역동적인 리더십과 혁신 발걸음이 부럽다”는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서울 최태원 신임회장 변화 주도
IT·게임업계 기업인 회장단 포함
새 경제 환경 대응 혁신적 행보

“부산상의 회장단 제조업 일색
급변 경제환경·정책 반영 못 해”
차기 선거 변화 계기 삼아야

곧 임기를 마치는 서울상의 박용만 회장이 임기 내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규제 철폐와 혁신을 요구하는 행보를 보인 데다 오는 23일 새로 서울상의 회장에 취임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이런 변화를 이어가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최 회장은 신임 회장단 구성부터 다양한 분야 기업인을 끌어들이며 한껏 주목받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형희 SK그룹 사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을 비롯한 IT·게임·스타트업 부문 경제인을 대거 서울상의 부회장으로 합류시켰다. 특히 김 의장과 김 대표 등 50대 젊은 기업인이 주축으로 나선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의 IT 부문 40대 기업인은 “IT나 게임 기업, 스타트업 등 새로운 부문 기업이 빠르게 커 가는 서울 경제의 혁신과 변화 바람을 새삼 느낀다”면서 “반면 부산상의는 전통 제조업 기업끼리 친목을 나누는 수준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현 부산상의는 원로 경제인이 주축이라 볼 수 있다. 현 회장단 22명 중 상당수가 원로급 경제인이다. 회장단에는 허용도 회장을 비롯한 1940년대생 기업인(8명)과 50년대생(10명)이 중심이다. 절반가량은 70세를 넘겼다. 60년대생(3명)과 70년대생(1명)은 ‘어른들’ 사이에 구색 맞추기 식으로 낀 형국이다. 부회장을 맡고 있는 가장 젊은 기업인인 현지호 화승네트웍스 대표도 1971년생으로 50대다.

물론 연령만으로 부산상의 혁신성을 따지기는 어렵다. 르노공업 이채윤 대표처럼 1950년대생이지만 부산에선 드물게 반도체 부문 사업을 이끌며 변화에 앞장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부산상의의 폐쇄성을 꼬집는 지적 역시 적지 않다. 상의 회장단만 해도 전통 제조업 기업인 일색이며 IT나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등 새로 성장하는 부문 기업인은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대표 경제단체인 부산상의가 제조업 중심의 정책에만 관여할뿐 다양한 업계의 이해 대변 역할은 부족하다는 불만이 상당하다.

연매출 20억 원 규모의 IoT(사물인터넷) 시스템 업체 대표는 “상의가 IT나 게임 업계의 이해나 요구를 반영해 줄 것이라고는 아예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얽히고설켜 부산에서 새로운 산업이 크기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현재 진행 중인 상의 의원과 상의 회장 선거를 상의 세대교체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대부분 기업인 사이에 자리 잡혀 있다. 그러나 방법론에선 각 기업 이해관계에 따라 갈린다. 우선 선거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 상의 의원은 “원로 주도의 현 상의 운용 방식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맞는 정책 방향에 대한 제안이나 업계 요구 등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반드시 이번에 선거를 치러 상의가 새롭게 변모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합의추대 방식이 세대교체에 더 적합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상의 의원은 “상의 의원 선거가 치러진다면 규모도 크고 인맥도 넓은 원로 경제인들 역시 표 대결에 뛰어들 수밖에 없어 세대교체가 어렵다. 합의추대가 된다면 인위적으로라도 다양한 분야, 젊은 경제인 참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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