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신현수 인사 갈등… 文 레임덕 앞당기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둘러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간의 대립이 표면화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퇴와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법무부-검찰’ 갈등을 수습하고 집권 후반기 분위기 쇄신에 나서려 했지만 여권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박 법무, 인사조율 과정 이견
‘민정수석 패싱’ 인사안 관철
신 수석, 대통령에 사의 표명
사퇴 여부 떠나 초대형 악재
청와대 기강 유지에도 어려움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박 장관이 인사조율 과정에서 이견을 보였던 신 수석을 건너뛰고 인사안을 제청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이 인사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라인으로 알려진 이성윤 서울지검장은 유임됐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이끈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요직인 서울 남부지검장으로 이동했다. 검사 출신인 신 수석은 검찰 쪽 입장을 반영해 조직을 안정시키려 했으나, 박 장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추미애 라인’을 중용하자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조국 라인’으로 불리는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역할이다. 청와대 측은 검찰 인사 과정에서 신 수석과 이 비서관의 뜻이 같았다며 이른바 ‘민정수석 패싱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월성 원전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박 장관과 이 비서관이 신 수석의 반발을 무릅쓰고 인사안을 전격 관철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를 놓고 여권 안팎에서는 ‘조국 사태’ 이후 계속된 여권과 검찰의 갈등이 추 장관 퇴진에도 해소되기는커녕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진 결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신 수석이 조만간 있을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자신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고 최종적으로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청와대와 법무부의 검찰 인사 조율과정, 대통령의 재가 경로 등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통상 검찰 고위급 인사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민정비서관이 협의를 거쳐 민정수석에게 보고한 뒤 대통령이 최종 재가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청와대는 박 장관이 신 수석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법무부의 인사안을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런 사정을 알고도 재가했다면 갈등 국면에서 박 장관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되고,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위상을 확인해 줬지만 속내는 여전히 불편해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파동으로 여권과 검찰의 소통에 다시 제동이 걸리는 동시에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수사 등 청와대 인사들이 연루된 검찰 수사에도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이 실제 사퇴할지를 떠나 임명된 지 두 달밖에 안된 청와대 핵심참모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청와대 기강 유지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민정수석실은 검경을 비롯한 권력기관과의 조율, 공직감찰,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전담함으로써 대통령 권한의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 내부 분란이 일어나는 것은 정권으로서는 초대형 악재다.

이런 분위기가 집권 후반기 흐트러지기 쉬운 공직사회를 장악하고, 국정 운영 동력을 얻는 데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결국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