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땅 찾기’ 땅값보다 수수료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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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에 거주 중인 김용남(가명·68) 씨는 최근 정부가 운영하는 ‘조상 땅 찾기’를 통해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 소유의 땅 여러 곳을 찾았다. 밭 8곳, 임야 3곳, 묘지 2곳 등 총 10여 곳이다. 대부분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산속에 있다. 지번 당 면적은 작게는 200㎡에서 많게는 1537㎡에 달한다.

하지만 기쁜 마음도 잠시, 군청 직원에게서 “모든 땅을 등기 이전하려면 법무사를 통해 최소 수백만 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안내를 들었다. 김 씨가 상속받게 될 땅은 평(3.3㎡)당 1만 원에 내놔도 아무도 사지 않는 곳. 땅을 상속받는데 땅값보다 더 비싼 수수료를 물어야 할 판이다. 김 씨는 상속 포기까지 고민 중이다.

지난해 시행 부동산 특별조치법
보증에 법무사·변호사 등 포함
등기 수수료만 수백만 원 예사
기장·강서 등 읍·면 민원 속출


지난해 시행된 부동산 특별조치법으로 부동산 소유권 등기 이전 비용으로 최소 수십만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물게 되면서 땅값보다 더 비싼 수수료를 물게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비용 부담으로 등기 이전을 포기하는 이들도 생기면서 법 개정 요구가 높다.

지난해 8월부터 오는 2022년 8월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전국 일부지역에서 부동산 특별조치법(이하 부동산 조치법)이 적용된다. 부동산 조치법은 소유권 보존등기가 돼 있지 않거나 실제 권리관계가 등기부와 일치하지 않는 부동산에 대해 소유권을 찾아주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부산은 기장군·강서구, 경남은 창원·김해 외 전 지역, 울산은 울주군, 북구 일부지역만 해당한다.

이 법은 지난 1995년 6월 30일 이전에 매매·증여·교환 등 법률행위로 인해 양도한 부동산을 비롯해, 상속받은 부동산과 소유권 보존등기가 돼 있지 않은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읍·면 지역은 토지와 건물 모두 적용되지만, 시 지역은 일부 농지와 임야만 적용된다.

부동산 조치법으로 기존에 3~5명의 보증인을 통해 진행되던 절차가, 법무사나 변호사 등 자격 보증인을 포함한 5명의 보증서가 필요하게 됐다. 예전에는 동네 이장 등이 알음알음 보증을 섰던 일이 법무사를 꼭 거치도록 바뀐 것이다.

문제는 시골에 있는 농지와 임야 등 부동산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땅을 등기 이전하기 위해 땅값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조치법 ‘보증인의 보수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보수는 45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확인서를 발급받으려는 자와 자격보증인 간의 약정으로 정한다’면서 ‘법리적 쟁점의 복잡성에 따라 450만 원의 25% 범위에서 금액을 늘릴 수 있다’고 돼 있다. 따라서 김 씨 사례처럼 가치가 낮은 땅이라도 최대 630만 원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땅을 상속받기 위해 수백만 원에 달하는 수수료로 인해 상속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부동산 특별조치법으로 인한 과도한 수수료를 낮추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선 지자체를 통해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현재 문제점을 인지하고 공시지가의 5% 이내로 수수료를 내리든지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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