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될 김봉진(오른쪽), 설보미 부부.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달 서비스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이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산 10조 원이 넘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1조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김봉진 의장까지 기부 선언에 동참하면서 성공한 벤처 창업주들의 기부 선언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김봉진 의장이 18일 세계적 자산가들의 ‘기부 선언 플랫폼’인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로부터 서약자로 공식인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기빙 플레지는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이다. 기빙 플레지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자산이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김 의장의 기부 규모는 최소 5500억 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기빙 플레지 측은 기부 서약 신청자의 재산 형성 과정을 조사한 뒤 기부 의지의 진정성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평판 조회까지 하는 등 까다로운 자격 심사를 거친 뒤 서약자의 이름, 사진, 선언문을 기빙플레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현재 24개국, 218명(부부, 가족 등 공동명의는 1명으로 산정)이 기빙 플레지 통해 기부 선언을 했다. 이 가운데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CEO 앨런 머스크,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있다. 기빙 플레지 회원의 약 75%는 빈손으로 시작해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이다.

18일 공개된 서약서에서 김 의장은 “저와 저의 아내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며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기부 결심의 이유로는 “대한민국에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7년 100억 원 기부를 약속하고 이를 지킨 것은 지금까지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며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 측은 지난해 10월 재산 기부에 대한 뜻을 굳히고 기빙플레지 참여 방법을 타진하기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참여 방법을 알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도움을 요청했고, 사랑의열매는 글로벌 기부 연합체라고 할 수 있는 세계공동모금회(UWW·United Way Worldwide)를 연결해 줬다. 이후 세계공동모금회 회장이 김 의장과 화상으로 의견을 나눈 뒤, 지난해 12월 김 의장 추천서를 기빙플레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기빙플레지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회원 간의 도덕적 약속으로 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선언의 형태로 이뤄진다. 회원들은 본인의 관심사, 해결하고 싶은 이슈에 따라 향후 국내외의 적합한 자선단체, 비영리단체를 찾아 자유롭게 기부함으로써 선언을 이행할 수 있다. 김 의장은 수개월에 걸친 가입절차 끝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세계에서 219번째 기빙 플레지 기부자가 됐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25번째, 아시아에서는 7번째 기빙 플레지 서약자가 나온 국가가 됐다.

디자인을 전공한 김 의장은 2010년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한 이후 배달의민족을 배달앱 부문 1위로 키워냈다.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10년 만에 4조 원대로 성장했고 김 의장은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회사를 매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