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59. ‘The Mozart Ses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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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음악 중 재즈처럼 변화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역동적인 것이 또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재즈’라고 불리는 음악이 처음 탄생했을 때와 지금 그것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요. 재즈가 과거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지점에는 분명 위대한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시선과 음악이 존재했습니다.

제가 한창 재즈에 빠져있던 학창 시절 특히 키스 재럿(Keith Jarrett), 허비 행콕(Herbie Hancock) 그리고 칙 코리아(Chick Corea) 세 명의 아티스트는 단순히 가장 유명한 피아니스트라는 사실을 떠나, 재즈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린 독보적 인물들이었습니다.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세상의 3대 재즈 피아니스트로 이들을 꼽았고, 저 역시도 ‘이들 이후에 재즈에서 또 다른 변화가 가능할까’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이들은 지금 시대의 재즈를 완성한 독보적 아티스트들인 것입니다.

얼마 전 안타깝게도 칙 코리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많은 아티스트와 음악 애호가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를 추모했습니다. 위대한 음악가들이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그들의 음악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팬들에게 음악가가 가진 의미는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칙 코리아의 음악과 연주는 저에게 마치 영원히 흐르는 재즈의 생명처럼 다가왔습니다. 그의 활발한 활동을 전성기 때만큼 접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가 존재하기에 재즈는 항상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는 버팀목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지요. 평소에 잘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 버팀목이 세상을 달리 했다고 했을 때 다가오는 안타까움은 큽니다. 한편 이러한 위대한 아티스트의 음악에 대한 열정적인 삶이 있었기에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든, 음악을 듣는 사람이든 우리 삶이 더 풍요로운 음악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칙 코리아의 음반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반은 1996년 발매된 ‘The Mozart Sessions’입니다. 이 앨범은 제목처럼 모차르트의 음악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타 모차르트의 음반과는 다릅니다. 바비 맥퍼린과 세인트 폴 챔버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며, 모차르트 음악의 낭만과 우수 그리고 그 자유로움에 집중합니다. 때로는 영화 음악 같기도 하고 다소 낯선 실험 음악 같기도 하지요.

바비 맥퍼린과의 협연은 이 음반의 색채를 더욱 확고히하며 모차르트의 음악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낯선 세계로 옮겨 놓습니다. 칙 코리아의 고전적 재즈를 비롯한 일렉트릭 밴드 음악 등 수많은 실험과 시도가 있었지만 제가 이 음반을 특히 사랑하는 이유가 이것인데요. 위대한 아티스트가 이전 세대의 또 다른 위대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 그리고 색다른 시선 자체가 주는 즐거움 그 자체 말이지요. 기존의 다른 음악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결을 존중하며 다른 아티스트들의 음악세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칙 코리아의 마음이 이 음반을 통해 느껴집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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