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공공기관이 앞장서 장애인 의무 고용 위반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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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24곳 중 13곳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시 근로자가 50명이 넘는 공공기관은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전체의 3.4% 이상 고용해야 하는데도 절반 이상이 최소한의 의무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벡스코나 부산문화재단, 부산산업과학혁신원처럼 그 이름의 무게감이나 상징성과는 달리 단 한 명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명색이 공공기관이 장애인 고용 확산에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이런 행태는 당연히 지탄받을 일이다.

상시 근로자 100명이 넘는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 고용을 준수하지 않으면 고용부담금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내야 한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이 이렇게 혈세를 낭비하는 돈이 연간 1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법을 어긴 대가로 부담금을 세금으로 메우고 장애인 고용을 기피했다는 것인데,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장애인 채용 문화를 선도하기는커녕 대놓고 장애인 차별을 선언하는 꼴이 아닌가. 만에 하나라도 장애인이 담당할 업무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편견이거나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교정하고 장애인 고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공공기관 본연의 의무에 속한다.

특히 장애인 고용률 지표에서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부산은 장애인 고용 개선을 위한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부산 지역 15세 이상의 장애인 인구 17만 1866명 가운데 취업자는 4만 97명으로 나타났는데, 장애인 고용률 23.3%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이나 경기, 인천, 전남 지역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난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어느 곳보다 강고하다는 방증일 텐데, 그런 만큼 부산의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장애인 채용에 인색한 관행을 타파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장애인 의무 고용을 제도로 만든 취지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공동체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자는 의미다. 성숙한 사회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일반 기업은 그렇다 쳐도 지자체와 공공기관마저 이를 외면하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들이 그릇된 인식을 전환하고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모범을 보여 주기 바란다. 차제에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장애인 의무 고용이 지켜질 수 있도록 강제할 실질적 방안들을 찾는 고민도 이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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