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청 설립’ 여권 엇박자, 윤석열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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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립을 놓고 여권 전반에서 파열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완수한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당내에서 마저 공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어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에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이 시점에 중수청을 별도 신설하는 건 마땅하지 않다”며 “오히려 지금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잘 정착·운영되도록 정밀하게 집중 관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 수사청 설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이상민 의원 “이 시점 부적절”
청 “대통령 속도 조절” 발언 수정
정 총리 “국회 절차 따라 입법”
국민의힘 “민망한 집안 싸움”
윤 총장, 공개적 입장 발표 검토

앞서 지난 24일에는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수사청 관련 발언을 정정하도록 유도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에)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대통령께서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실장님이 ‘속도 조절하라고 했냐’에 ‘그렇다’고 답해 버리면 대통령께서 워딩을 그렇게 쓰신 걸로 돼 버린다”고 발언의 정정을 유도했고 회의 말미에 발언권을 얻은 유 실장은 “속도 조절이라는 표현은 아니다. 그 워딩은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드린다”고 자신의 발언을 고쳤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도 민주당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이관해 수사 기능을 담당할 수사청 설치법을 다음 주 발의하겠다며 의지를 재확인했다. 민주당 오기형 검찰개혁특별위원회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을 통해 검찰개혁 완수 의지를 강조했다.

수사청을 둘러싸고 여권 내 분란 조짐이 보이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는 25일 진행된 브리핑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서 이번 주에도 대통령과 주례회동에서 보고드렸지만 따로 의논하거나 건의한 내용이 없다”며 “검찰개혁 속도에 대해서도 국회가 정한 절차에 따라 입법하면 그걸 존중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비정상적이자 민망한 집안싸움”이라고 비꼬았다.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듯이 한 몸처럼 움직이던 이들이 이제 임기 말이니 제 갈 길 가겠다는 건가”라며 “아집과 오만에 사로잡혀 대통령까지 패싱한다면 나라가 어찌 되겠나. 국민을 생각한다면 민망한 집안싸움은 이쯤에서 멈추고 국정 운영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권의 검찰 수사권 폐지, 수사청 신설 법안 추진에 대해 ‘공개적 불가’ 입장을 발표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여권이 이번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검찰총장직도 사퇴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의 임기는 올 6월까지다.

윤 총장은 검찰 수사권 폐지와 수사청 신설은 현행 헌법에서 보장된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 형사 사법체계를 무력화하는 시도로 간주한다. 그는 민주당이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달 중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내부에서도 여당의 ‘검찰개혁 시즌 2’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은철·김한수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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