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위 ‘근본 재검토’ 분위기 확인 후, 대통령에 전화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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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밝힌 가덕신공항 막전 막후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부산항 신항 한나라호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로부터 동북아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 등 경제공동체 방안을 포함한 '동남권 메가시티 비전' 보고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이광재 의원, 문 대통령, 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연합뉴스

26일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가덕신공항 추진이 ‘불가역적’ 단계로 오기까지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중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결과 발표를 전후로 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역할은 사그라드는 가덕신공항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중대한 변곡점을 만들었다. 호남 출신인 이 대표가 부울경의 숙원인 가덕신공항의 든든한 지지자를 자처하게 된 데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이 대표가 25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숨 막혔던 과정”을 설명했다.

검증위 활동에 관여 안 했지만
정확한 정보 전달 필요성 느껴
“정부가 최종 결정하는 것” 발언
가덕신공항 전환 알리는 신호탄
검증위 발표에도 국토부 ‘관성’
특별법 발의 지시하며 힘 실어

김해신공항 검증위의 결론 발표가 임박한 지난해 9월께부터 부울경은 극도로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검증위 안전분과의 거센 문제 제기에도 검증위가 이를 무시하고 ‘김해신공항 유지’로 결론을 내리려 한다는 정황이 감지되면서 가덕신공항이 또 한번 ‘희망고문’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었다.

그보다 1년 전 총리로서 검증위를 직접 발족한 이 대표는 검증위 활동에 관여하진 않았지만, 수시로 내부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이 대표는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문재인 대통령과 꽤 오랜 통화를 나눴다. 이 대표는 “대화 내용을 말할 순 없다”며 “문 대통령도 언론 보도 외에 검증위 내부에 무슨 일이 있는지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 나름 확인한 바를 알려드렸고, 이를 언론에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유추해 보면 이 대표가 검증위의 '근본적 재검토' 결론에 대한 대략적인 분위기를 파악한 뒤 문 대통령에게 설명했고, 문 대통령도 그렇다면 부울경 시민들에게 그런 부분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표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 직후인 10월 초 추석 연휴에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 1차로 일부 언론사에 해당 내용을 알렸으나 진의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이에 이 대표는 <부산일보>와 통화를 자청, “김해신공항에 대한 최종결정은 (검증위가 아니라)정부가 하는 것이고, 정부 판단의 관건은 ‘관문공항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것인가’가 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검증위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제대로 된 관문공항을 추진할 것이라는 뜻으로, 사실상 가덕신공항으로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면서 정부 판단의 근거로 ‘법적 절차’를 언급하며, 법제처 유권해석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점까지 암시했다. 이 대표는 “검증위 결론 한두 달 전부터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는데, <부산일보>가 행간의 의미까지 정확히 보도해 신공항의 물꼬를 바로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검증위 발표에도 가덕신공항을 극구 반대해 온 국토교통부의 ‘관성’은 변하지 않았다. 특별법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 대표는 “부처는 이제껏 해 오던 방식, 해 왔던 주장이 있기 때문에 다른 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며 “그런 문제들을 신속히 입법적 결정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특별법이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최인호 의원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수차례 통화하며 관련 내용을 조율했고, 이 대표는 한정애 정책위의장의 대표발의를 지시하며 특별법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가 가덕신공항 필요성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총리 시절 만난 부울경 지도자들, 특히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 등 경제인들의 한결같은 간절한 바람을 듣고 부울경의 도약에 꼭 필요한 시설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가덕신공항의 의미에 대해 “긴가민가했던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이 가덕신공항의 가시화로 구체성을 갖게 된 것”이라며 “여기에 광역철도망 같은 인프라가 추가되고, 신공항 개항을 전후해서 연관 산업이 자리를 잡는다면 부산이 수도권에 버금가는 글로벌 물류기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부울경의 메가시티 추진이 타 지자체에도 영향을 줘 대구경북통합론, 충청메가시티 구상이 연달아 나오고 있는데, 국가전략의 큰 변화를 가져올 구상”이라며 “부울경 메가시티가 성공하면 대한민국 국가균형발전 역사에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창훈·민지형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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