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 전 부산 노포동에 묻은 옥과 칼
부산의 대표적인 삼한시대 유적지이자 분묘군인 노포동 고분군에서 다량의 유물과 유구가 발굴됐다.
(재)한국문물연구원은 2020년 12월 21일부터 올해 2월 23일까지 진행한 노포동 고분군 문화재보호구역(부산시기념물 제42호)에서 진행한 발굴(정밀) 조사에서 다량의 삼한시대 무덤 등 유구(遺構)를 비롯해 수정제 다면 옥(1점)과 구슬(2점), 다량의 토기와 철기류(환두도, 철모, 철부, 철촉 등) 등 유물이 출토됐다고 28일 밝혔다.
한국문물연구원 노포동 고분군 발굴
수정제 다면옥·구슬·환두도 등 출토
3세기 삼한시대 권력자 입증 자료
고분군 주변으로 조사 범위 넓혀야
이번 조사는 노포동 고분군 유적에 대한 금정구의 장기적인 종합정비사업 일환으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 지역은 노포동 고분군 전체 1만 9578㎡ 중 920㎡다.
이번 발굴조사에서 3세기 대로 추정되는 삼한시대 유구가 다량으로 발견돼 부산 지역의 고대국가 발생과 전개 과정을 밝혀주는 중요한 유적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노포동 고분군은 4~5세기 형성된 동래구 복천동 고분군보다 앞선 3세기 대로 당시 정치 체계를 규명할 수 있는 유적지다.
이번 정밀발굴조사 결과 삼한시대 목곽묘 13기, 옹관묘 1기 등 모두 17기(조선시대 추정 분묘 1기 제외)의 유구가 확인됐다. 이 중 목곽의 규모는 길이 189~431cm, 너비 74~155cm에 이른다. 앞서 2009년 노포동 고분군에서 고분군 북쪽 300m 떨어진 곳에서도 3세기 전반대의 목곽묘 7기, 고분군 북동쪽 약 300m 떨어진 곳(두구동 유적지)에서도 2세기 중엽부터 3세기 전반에 조성된 삼한시대 주거지 33동이 발견된 바 있다.
또 이번 발굴조사에서 25·26호 묘에서 장신구로 보이는 수정제 다면 옥 1점과 수정제 구슬 2점도 출토됐다. 정교하게 가공된 옥과 구슬은 무덤 주인의 재력과 권력, 위신(위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미 이 시기에 권력체계가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15호 묘에서는 길이 81.5cm의 환두도가 나왔다. 이 유물은 환두도에 장식이 없는 소환두도 형식으로 환두는 타원형에 가깝다. 앞서 1980년대 부산대박물관의 노포동 고분군 발굴조사에서 3세기 후반대로 추정되는 3점의 환두도가 나온 바 있다. 15호에서 나온 환두도는 길이는 다르나 형태는 앞서 발굴된 3점의 환두도와 유사하다. 앞서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부산박물관의 노포동 고분군 발굴조사에서 토기·철모·철촉 등 5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된 바 있다.
한국문물연구원 정의도 원장은 “이번 유물 발굴로 노포동 고분군이 3세기대 고대국가 전개 과정을 밝혀주는 중요한 유적지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입증했다. 이에 노포동 고분군에 대해 발굴 조사 범위도 더 넓혀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노포동 고분군은 동래지역이 본격적인 국가체제로 들어가는 표식적인 유적인 만큼, 부산시에서도 인식을 달리해 노포동 고분군 주변에 대해 추가로 지표조사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노포동 고분군은 1984년과 1985년 부산박물관과 부산대박물관의 발굴조사에서 삼한시대 다량의 유구가 확인돼 1996년 부산시기념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후 훼손이 진행돼 금정구청에서는 고분군 보호와 관리 등 기초자료 확보를 위해 부산박물관과 함께 2017~2019년 1~3차에 걸쳐 발굴 조사를 한 바 있다. 이번 한국문물연구원의 발굴조사는 4차에 해당한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