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후보론’ 김영춘, 상대 후보엔 “현안 모른다” 질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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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본 민주당 경선 토론회

지난달 17일 KNN에서 열린 첫 더불어민주당 경선 방송 토론회에 참가한 변성완(왼쪽), 박인영(가운데), 김영춘 부산시장 예비후보. 정종회 기자 jjh@

더불어민주당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최종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 여론조사를 3일부터 나흘간 ‘권리당원 50%, 일반시민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진행한다. 앞서 3명의 여권 예비 후보들은 네 차례의 방송 토론회와 3번의 라디오 단독 대담, 1번의 라디오 토론을 통해 차기 시장으로서 비전을 제시하고, 상대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면서 자신이 적임자임을 시민과 당원들에게 호소했다. 민주당 부산시장 토론회는 국민의힘 토론회와 달리 상호 비방전 없이 주제별 정책을 놓고 서로의 의견을 논의하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변성완 박인영 후보가 공동 전선을 구축해 협공을 펼치고, 김영춘 후보가 방어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기도 했다.

‘정치적 무게감·경륜’ 김영춘
본선 경쟁력 가진 후보 어필
“섣부른 기업 유치 공약” 지적도

‘베스트 드라이버’ 변성완
시정 이끌어 온 경험 적극 강조
김 대안후보 자리매김엔 역부족

‘거침없는 쓴소리’ 박인영
시민 친화형 이미지로 지지 호소
토론회서 타당 후보 공격 치중도

■김영춘 ‘힘 있는 후보론’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후보 적합도 1위를 놓치고 있지 않는 김영춘 후보는 정치적 무게감과 경륜을 앞세워 ‘힘 있는 후보론’을 강조했다. 2위인 변성완 예비후보와의 격차가 상당한 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또 가덕신공항, 2030부산엑스포, 북항재개발 등 부산의 미래와 직결된 현안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역량과 행정 경험, 중앙 정치권과의 네트워크를 갖춘 ‘힘 있는 여당 시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상대 후보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토론회 내내 그는 다른 후보들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다. 김 후보가 내건 ‘5년간 일자리 130만 개·국내외 대기업 유치’ 공약부터 타깃이 됐다. 지난달 17일 열린 첫 방송 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상대 후보들로부터 “기업들과의 사전 의사 타진도 안 된 사안을 섣불리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집중 공격을 받았다.

가덕신공항에 올인하겠다고 밝힌 김 후보가 호를 ‘가덕’으로 짓고,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물밑 역할’을 한 점을 내세우는 등 가덕신공항 특별법 통과 과정에서의 공을 부각시킨 점도 상대 후보들로부터 공격의 빌미가 됐다.

두 후보가 김 후보를 향해 부산의 구체적인 현안이나 각종 통계 수치 등에 대해 질문하면 김 후보가 “세세한 부분까지는 모른다”며 답변을 넘기는 모습이 되풀이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다른 후보들로부터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안타깝다”는 등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변성완 ‘베스트 드라이버’ 강조

변 후보는 9개월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서 시정을 이끌어 온 풍부한 시정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시정의 베스트 드라이버론’을 내세웠다. 곧바로 시장직을 맡아 시정을 이끌 수 있는 '시정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해 온 그는 토론회에서도 부산시의 주요 현안 사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권한대행으로서의 치적을 내세우며 차별화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그는 짧은 정치 경험에도 행정 관료로서의 면모를 벗고 유연한 대응과 순발력을 보여 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토론회의 최대 성과는 ‘변성완의 재발견’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자신의 경쟁력을 부각시키기보다 박 후보와 공동 전선을 구축해 김 후보 견제에 더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김 후보를 꺾고 여권의 최종 후보로 나설 수 있는 ‘대안 후보’로서의 포지셔닝에는 실패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참신과 토박이’ 앞세운 박인영

후보 중 유일하게 40대인 박 후보는 젊음과 참신함을 무기로 토론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60년대생 두 후보 사이에서 43세의 나이임에도 밀리지 않고, 선명성을 앞세워 토론의 분위기를 주도해 나갔다. 그는 ‘노무현 정신’ 계승을 앞세워 당심을 자극하는 한편,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강조하는 등 ‘시민 친화형’ 이미지로 시민의 마음을 이끌었다.

그는 ‘지역 토박이론’을 내세워 김 후보를 향해서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뱉는 등 다소 밋밋하게 흘러가던 민주당 경선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당내 후보들과의 경쟁보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공격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당내 본선 진출자를 가리는 토론회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6일 경선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0~14일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이은철·박태우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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