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용화도 없는 특구… 사업 전면 대수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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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블록체인 특구 부산’

블록체인 특구사업을 위해 부산시가 제작한 모바일 앱의 메인화면. 모바일캡처

부산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겠다던 부산 블록체인 특구 1차 사업이 소문만 무성한 채 실속 없이 종료될 위기에 놓였다. 추가로 지정된 사업들도 초반부터 삐걱거린다. 지역 상용화 없는 지역 특구사업의 한계를 지적하는 등 특구사업 전반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부산銀 디지털바우처 실패
‘해양물류플랫폼’ 사업자
상용화보다 타플랫폼 개발
일부 업체, 사업비 지원만 노려
가상화폐 비즈니스 모델 필요


■상용화 고민 없이 사업 진행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지역 상용화의 부재다. 대표적인 예가 1차 사업의 핵심인 ‘디지털바우처’ 사업이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10월 말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인 디지털바우처 발행을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상용화에 실패해 현재는 화폐 발행이 전무한 실정이다.

디지털바우처는 ‘B PASS’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부산은행 계좌를 연결해 ‘1원=1바우처’의 환율로 환전(충전)한 후 부산은행의 디지털은행 서비스 ‘썸패스’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구조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네이버페이 등 다양한 페이가 존재하는 치열한 페이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경쟁하려면 그에 걸맞은 혜택이 주어져야 하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동백전’과의 겹치는 지역화폐의 정체성도 문제다. 2019년 말에 출시된 동백전은 결제금액의 10%을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강력한 마케팅으로 1년 만에 1조 2400억 원의 발행액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동백전’ 마케팅에 주력했던 부산시가 ‘디지털바우처’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었겠느냐는 핀잔도 나온다.



■특구사업, 테스트 베드일 뿐?

특구사업의 상용화 부재를 지적할 때, 부산시는 “특구사업은 일종의 실증사업으로 그 취지가 새로운 기술의 ‘테스트 베드’ 역할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정작 부산시는 블록체인 특구사업을 유치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을 외쳤다. 테스트 베드 역할은 어떠했는지는 뒤로하고, 우선 부산시가 약속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실패에 가깝다.

1차 사업 중 ‘해양물류 플랫폼 구축 사업’은 블록체인 기술로 수산물의 이력을 기록해 유통 과정에서 도소매업자는 물론 소비자들도 손쉽게 자신들이 소비하는 수산물의 이력을 살펴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수산물이 아니라 다른 유통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유통 이력을 기록하는 시스템은 얼마든지 고안 가능하다”며 “관건은 상용화 여부”라고 말한다.

해당 사업자는 현재 해당 플랫폼 개발 이후 상용화보다 백신 유통에 대한 유사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 산업의 특성에 맞는 해양물류 플랫폼 사업자로 선정돼 그것과 관계없는 백신 유통 플랫폼 개발에 힘을 쏟는다면 부산 특구 사업자 선정의 의미는 뭐냐”고 되물었다.

이러한 지적은 ‘지역에 기반한 상용화가 없다면 결국 사업이 종료된 후 부산에 가져올 혜택 또한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포함한다. 동서대 김홍배 교수는 “특구사업이 지역 상용화 없는 테스트 베드 역할에 그친다면, 테스트 기간이 끝나고 제도 개선마저 이뤄진 후 굳이 부산에 남아 사업을 진행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구 기술, 과연 선도적인가?

특구사업을 통해 개발되고 있는 기술이 타 지역에서 개발되고 있는 기술과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1차 사업 중 하나인 ‘공공안전 영상제보 서비스’의 경우 제보자 신원이 공개되지 않게 하는 블록체인 기반 ‘분산신원확인’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고려대에서도 ‘DID 기반 학생증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추가 사업 중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집합투자 사업’ 역시 최근 고려대-카사코리아가 연구개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블록체인 특구사업이 3년째를 맞고 있지만 사업비 지원을 노린 일부 업체의 사업자 선정 경쟁만 치열할 뿐, 특구 사업자들과 수도권 업체 간의 기술 개발 차이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부터라도 특구 내에 가상화폐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사업화를 원천적으로 허용하고 적극 지원해 수도권과 차별화된 기술 개발이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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