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트라이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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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트라이(tri)’는 셋(3), 3개로 된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이 단어가 들어간 말 가운데 악기 트라이앵글이나 삼각형을 의미하는 ‘트라이앵글(triangle)’이란 명사가 가장 널리 쓰일 것이다. 3개 도시로 이뤄졌다는 ‘트라이시티(tri-city)’ 같은 용어도 있다. 미국인들은 세계 경제·금융의 수도로 인식되는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 3개 주를 ‘트라이스테이트(tri-state)’라고 일컫는다. 개척 역사가 오래되고 3000여만 명이 거주하는 이곳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수도권이라는 자긍심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선 트라이를 활용한 신조어 ‘트라이포트(tri-port)’가 자주 거론된다. 1999년 7월 인천시가 송도에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개최한 게 최초로 추정된다. 젊은이들로부터 ‘한국의 우드스톡’, ‘젊음의 해방구’로 큰 관심을 끈 이 행사는 폭우 탓에 첫날 공연만 하고 폐막한 뒤 중단됐다. 하지만 대중음악계는 이를 국내 야외 대형 록 축제의 효시로 꼽는다. 인천시는 인천항(Seaport), 2001년 개항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된 인천공항(Airport), 정보화 도시로 개발되던 송도신도시(Teleport) 등 3곳의 포트를 발판으로 동북아 중심도시가 되겠다는 의지로 록 축제를 기획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부산에서도 항만물류 산업 육성에 맞춘 트라이포트 개념이 싹텄다. 지역 항만물류 업계에 1997년 착공해 2006년 3개 선석이 1차 개장한 부산신항, 그리고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관문인 부산의 입지를 고려한 글로벌 물류 전략이 등장한 것이다. 세계 3~5위권의 항만 경쟁력을 가진 부산항과 육상 철도, 대형 국제공항 등 3개 교통망을 연계한 트라이포트 정책을 통해 부산을 동북아 물류 허브로 키우자는 논의가 활발해진 2002년 당시 안상영 부산시장은 트라이포트를 도시전략으로 삼아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 건설을 정부에 건의했다. 같은 해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 민항기 추락 참사로 129명이 숨지자 지역민들은 안전한 가덕신공항 건설을 지속해서 촉구해 왔다.

가덕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달 26일을 전후해 또다시 트라이포트가 회자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될 동남권 관문공항인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면 인근에 위치한 부산·진해신항, 고속도로·철도망과 연결돼 엄청난 시너지가 예상된다는 전망이다. 부산이 육해공 복합물류와 교통의 글로벌 중심지가 되고, 부울경 지역은 세계적인 경제권으로 성장할 것이란다. 이제 차질 없는 신공항 건설과 연관 산업 전문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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