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잘못 끼운 LH사태 해법… 청와대 출구 찾기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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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등을 수사할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7일 오전 서울 경찰청 국수본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초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해법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서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의혹이 제기된 다음 날인 2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국토교통부 직원 전수조사 △부패 발본색원 △청와대 직원까지 전수조사 확대 등의 지시를 차례로 내놓으면서 정부에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평소 현안 대응이 신중한 스타일인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속도전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이번 사안이 엄중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사태 초반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고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이슈인 데다 4·7 재·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터져 나온 악재라는 점에서 강력대응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의혹으로 지난달 국토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2·4 공급대책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가 상처를 받는다면 문 대통령 임기 후반 국정동력의 급격한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진상조사 주체로 국토부 내세워
성난 국민들 감정에 기름 부어
보선 악재에 뒤늦게 강력 대응
여 “변 장관 국민 상처에 소금”
야 “어느 검사 LH 수사하겠나”

문 대통령이 전수조사 대상을 청와대 직원과 가족들에게까지 확대한 것 역시 투명하게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서 최소한의 신뢰를 지켜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청와대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이번 주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내놓은 대응책이 처음부터 모순을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LH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국토부를 진상조사의 주체로 내세우면서 들불처럼 번져 가는 국민들의 악감정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특히 땅 투기가 이뤄진 시점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LH 사장을 맡고 있을 때여서 ‘셀프 조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정부 부처나 기관이 조사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표에 도전하는 송영길 의원조차 “변 장관은 LH 직원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국민들께서 받은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고 SNS에서 지적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정부합동 조사단에서 국토부는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과 검찰과의 갈등 국면과 맞물려 이번 의혹이 터졌다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를 계기로 대립구도를 일단락 짓고 민생·경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부각하려던 시점에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과거 부동산 투기 수사에서 상당한 역량을 보여 줬던 검찰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데, 그동안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장해 온 여권으로선 겸연쩍은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검찰 대표선수 윤석열을 1년에 걸쳐 두들겨 패서 쫓아냈다. 어느 정신 나간 검사가 고개 들고 LH 사건 제대로 수사하겠다고 나서겠나”라고 비꼬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변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야권의 공세에 선을 긋고 있지만 재·보선을 앞두고 성난 민심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경우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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