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인기몰이 ‘정란각’… “복원 의미 사라져” vs “시민 자주 찾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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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수정동 문화공감 수정(구. 정란각). 등록문화재 제330호로 1943년 지어진 일본식 건물이다. 정대현 기자 jhyun@

8일 오후 1시께 찾은 부산 동구 초량동 ‘문화공감 수정’. 1943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일본 가옥 ‘정란각’을 개조한 카페에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방문객들은 카페 내부 ‘다다미방’에서 사진을 찍고, 이곳을 배경으로 한 가수 아이유의 뮤직비디오를 틀고, ‘인증 숏’을 남기기에 바빴다.

하지만 정란각 설립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안내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3·1절 이후로 일본 가옥 정란각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이다. 유명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나오고 유명 영화의 촬영지가 되면서 이곳이 젊은 층에는 ‘핫플레이스’로만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이다. 일제 강점 시절 일본인 철도청장을 위한 관사였던 정란각과 당시 수탈 배경에 대한 역사가 잊혀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개항기 수탈사 전시관’ 계획 무산
카페 ‘문화공감 수정’ 탈바꿈
뮤직비디오·영화 촬영지 ‘핫플’
역사적 배경 설명 안내문도 없어


부산 동구의회에 따르면, 동구청은 지난 2008년 정란각을 ‘개항기 수탈사 전시관’으로 활용하려던 계획을 무산시켰다. 대신 2012년 원형 보존 공사를 통해 정란각은 ‘문화공감 수정’으로 재탄생했다. 전시관이 아닌 하루 평균 4000명이 찾는 카페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 건축물의 역사적 상징과 의미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구청이 8억 원을 들여 복원한 공간인 만큼 일제강점기의 역사 배경을 드러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장을 찾은 시민 김 모(56) 씨는 “분위기가 독특하다고만 생각했지 일본 가옥인 줄 몰랐다”며 “이름에 ‘공감’이 있다 보니 그런 역사적 사실을 유추하기가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시민 고 모(28) 씨도 “친구들에게 ‘공감’은 그저 사진이 잘 나오는 예쁜 공간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란각이 카페로 바뀌면서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주영택 향토 사학자는 “옛 일본 가옥을 카페로 운영을 하다 보니 역사 유적 탐방이 아니라 차만 마시러 올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일제강점기 당시 수난을 되돌아볼 역사적 상징성을 살릴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구청 측은 뒤늦게 여러 보완책을 내놨다. 동구청 관계자는 “올해에는 안내문에 역사적 사실을 더 기재하는 방향으로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본 가옥 보존과 카페 활용에 대해 긍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해련 부산박물관 학예사는 “문화재라 해서 그대로 박제할 필요는 없다”며 “시민들이 자주 찾아와 가까이서 바라보는 것 또한 역사를 돌이켜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문화유산국민신탁 측도 “일본 가옥이 남아 있는 사실만으로도 일제강점기 등 과거 역사에 대한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은샘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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