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앞둔 자치경찰, ‘범죄 예방 컨트롤타워’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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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본격 출범을 앞두고 있는 자치경찰 내부에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 개선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월 남구 대연동에서 발생한 원룸촌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지금껏 경찰청과 각 기초지자체에 혼재돼 있던 범죄예방 자원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범죄예방 업무는 건축허가 때 방범 설비 심의와 범죄 발생 후 대책 마련, 범죄예방 정부 공모사업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이들 각 업무에서 경찰과 지자체에 흩어진 전문가와 예산 등이 통합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방범설비 심의·범죄 발생 후 대책
경찰과 지자체 흩어져 통합 안 돼
지자체는 사람·경찰은 예산 없어
부서 초월 ‘업무 단위’ 조직 필요

대표적인 사례가 범죄예방전문예진단팀(CPO·Crime Prevention Officer)이다. 이들은 범죄예방에 효과적으로 건물 구조를 갖추었는지에 확인하는 전문가들로, 경찰청에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건축허가를 담당하는 지자체에는 심의를 받는 건물이 범죄자의 범죄의지를 약화시키는 구조로 지어졌는지 확인하는 전문가가 없다. 건축허가 시 건물이 범죄예방에 효과적 대응할 수 있는지 확인할 의무는 있지만, 이 일을 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현재 CPO는 부산시가 범죄 유형별로 적절한 예방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 도입된 ‘안심마을 조성사업’등과 같은 한시적인 공모사업에만 활동하고 있다.

지자체에 건물이 들어설 때는 건축 담당 공무원만이 관련 고시를 확인만 할 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를 가진다. 2019년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고시에는 ‘도로 등 공공 공간에 대하여 시각적인 접근과 노출이 최대화되도록 건축물의 배치, 조경, 조명 등을 통하여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등의 모호한 문장 일색이다. 지자체 순환직 공무원이 이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심의에 적용하기란 불가능하다.

반면 경찰청은 CPO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당 업무를 추진할 예산이 없어 난색을 보인다. 범죄예방업무 예산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경찰청은 2019년부터 주거 침입 등 범죄 우려가 높은 원룸 시설의 개선을 유도하는 사업인 ‘원룸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방범시설 설치 비용을 확보할 수 없어 건물주의 자발적 의지에만 기대고 있다. 원룸인증제 인증을 받은 건물은 부산서 단 14곳에 불과하다.

범죄 발생 후에도 경찰과 지자체의 협업에 한계가 뚜렷하다. 심각한 강력 범죄가 발생해 개선의 여론이 높을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대책을 상의 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7월 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두고 기존 전문가와 자원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건축심의나 사고 발생 때 한정된 부서만 참여하는 것을 대폭 확대해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기구다. 지자체는 여성가족과·건축과·도시재생과가 주요 소관부서이고, 경찰 측은 생활안전과·형사과·여성청소년과가 관련 부서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현재는 부산시와 경찰, 교육청의 인력이 한데 모인 사무국을 만든 정도 수준이다”며 “자치경찰체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업무를 계속 발굴할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일선 지자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한 구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자치경찰제 시행 때는 부서를 초월해 인력을 모아 건축과뿐만 여성아동 부서 등과 협업해야하고, 사건 개요 등을 경찰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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