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애틀랜타 연쇄 총격 용의자에 ‘증오 범죄 혐의’ 적용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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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20일(현지시간) 많은 시민이 아시아계 미국인 증오 규탄 집회와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목숨을 잃은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이 일어난 지 21일(현지시간)로 5일째를 맞았지만 증오 범죄 적용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이날 외신들에 따르면, 연쇄 총격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이 살인 8건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회부됐지만 증오 범죄 혐의 가중 적용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 수사 당국이 증오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 문자 등 증거 못 찾아
검찰 ‘법률적 제약에 부딪혔다’
아시아계 표적 범행 급증했지만
유독 증오 범죄 혐의 가중 안 돼
“적용 기준 낮춰라” 목소리 높아

AP통신은 수사관들이 증오 범죄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전면 배제한 것은 아니며, 법률적 제약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통상 검찰은 증오 범죄 혐의로 기소하기 위해 용의자의 인종차별이 드러난 문자 메시지, 온라인 게시글, 증언처럼 명백한 증거를 좇는데, 롱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사흘째인 19일 현재 이런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반(反)아시안 정서와 맞물려 아시아계 표적 범죄가 급증하면서 증오 범죄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증오·극단주의 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전년 대비 149%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인권단체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추라’에는 지난해 3월 19일부터 올해 2월 2일까지 3795건에 달하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독 아시아계를 노린 범행 중 수많은 사건이 체포나 기소 단계에서 증오 범죄 혐의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문제다. NYT의 분석에 따르면, 반(反)아시아계를 뜻하는 공통된 상징이 없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피츠버그대 법학 교수인 왕루인은 “흑인 반대, 유대인 반대, 동성애 반대 증오 범죄는 전형적이며, 분명한 형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행법상 입증 문제에 어려움이 적지 않아 법·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이 지적되면서 증오 범죄 혐의적용 기준을 낮추고, 경찰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많은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조지아주 증오 범죄법은 독립적인 증오 범죄를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범죄자가 다른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때 가중 처벌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AAPI) 지역사회 그룹이 이끄는 180여 개 단체는 백악관에 3억 달러(약 3390억 원) 규모의 별도 예산 확보를 요청하고 나섰다. AAPI 지도자들은 지난 19일 애틀랜타를 찾은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가진 현지 간담회에서 이러한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한편 미국 곳곳에서 ‘아시아인 증오를 멈춰라(Stop Asian Hate)’ 구호가 연일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 20일 주말을 맞아 애틀랜타와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등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아시아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에 분노를 표시했다. 특히 피츠버그 집회에는 한국계 유명 배우 샌드라 오가 깜짝 등장해 연사로 나섰다. 그는 “여기에서 여러분과 함께 하게 돼 정말 기쁘다. 나는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출 것을 호소했다.

SNS에서도 ‘아시아인증오를멈춰라(#StopAsianHate)’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인종 혐오범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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