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하던 ‘외국인 선원 관리’ 공단에 넘기는 속셈 따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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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수행해온 ‘외국인 선원’ 관리 업무를 곧 확대 개편하는 ‘한국수산어촌공단’에서 맡도록 한 정부 방침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인노동자 인권 강화 등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인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지난 2일 ‘한국수산어촌공단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공고했다. 2018년 출범한 해수부 산하 한국어촌어항공단을 한국수산어촌공단으로 확대 개편하는 게 핵심이다.

수협 관리하던 연근해어선 선원
해수부, 인권 강화 공공성 명분
한국수산어촌공단에 업무 이관
의견 수렴 없어 어민단체 반발

그런데 해당 법안에 신설 공단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선원법’에서 규정한 외국인 선원 인력 수급, 고용 관리 사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은 선복량을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고용허가제 어업 분야 외국인력(E-9-4, 20t 미만)’과 선원법 대상인 ‘연근해어선 외국인선원제도(E-10-2, 20t 이상)로 나뉜다. E-9-4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E-10-2는 해수부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은 수협중앙회가 전담하고 있다. 연근해어선의 경우 수협과 선원노조가 도입 규모와 고용기준을 결정하면, 회원조합이 필요한 인력을 할당받아 민간 송·출입회사를 통해 수급받는 방식이다. 2020년 말 기준, E-10-2 비자 선원만 9000여 명에 이른다. 최근 원양 어선을 중심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과 인권 실태가 불거지면서 제도개선 요구가 잇따랐다. 이에 해수부가 내놓은 방안 중 하나가 외국인 선원 실무를 공단에 넘기는 것이다. 사용자인 어민 지원 단체인 수협이 노동자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기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일선 수협 등 어민단체와 민간업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제도 개선의 명분이 된 외국인 선원 인권 이슈는 대부분 원양어선에서 제기된 문제로, 연근해어선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E-10-2 업무를 신설 공담이 맡으면 20년 넘게 실무를 전담한 수협에 비해 전문성과 시스템이 미비한데다, 공단이 편의에 따라 관리 방식을 수정할 경우 신속한 인력수급에 차질이 생길 우려도 크다고 주장한다. 실제 산업인력공단이 관리하는 E-9-4 비자 선원 이탈률은 60%이상, 수협의 E-10-2는 20% 남짓이다.

이 때문에 수산업계에선 이번 입법 자체를 향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한 켠에선 민간이 공들여 확보한 시장에 해수부가 산하 기관을 내세워 무임승차 하려한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낙하산 인사를 위한 자리 만들기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역 수산업계 관계자는 “준정부기관인 공단은 조직 문화나 구성원의 적극성이 민간보다 경직되고 느슨할 수밖에 없다”며 “이탈률이 높으면 고용주는 늘 불안감까지 떠안아야 한다. 부작용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 문제가 있다면 몰라도 잘 운용되는 제도에 굳이 손을 대 혼란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도 개선이 아닌 새판을 짜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해수부는 수산업계와 협의는커녕, 형식적인 의견 수렴도 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무리수를 두다 보니 혹여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지금이라도 어민과 업계가 참여하는 정책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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