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서면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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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날 밤을 기억해요/서면역에서 술 한잔했어요/우리의 추억이 가득한 지하상가 거리도 전포카페 골목도 그대론데~.’(노래 ‘서면역에서’)

부산 출신 3인조 그룹 순순희가 코로나19의 와중인 지난해 5월 발표한 ‘서면역에서’가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다. 지역 출신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팀의 이런 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부산예술대학 동기들로, 부산에서 음악의 꿈을 키워 온 순순희는 “예쁜 벽화가 많은 ‘감천마을’도 노래로 만드는 등 부산 곳곳을 녹인 곡을 선보이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힌다. 그룹명 순순희는 늦은 나이에 데뷔한 아들들을 믿어 주고, 응원해 준 어머니들의 이름 끝 자를 각각 따서 만들었다.

어느 도시라도 대표하는 음악이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꽃을 들어야 할’ 강박관념이 생기는 스콧 매켄지의 ‘샌프란시스코’, 뉴욕 어딘가 프랭크 시나트라의 눈빛이 느껴지는 ‘뉴욕, 뉴욕’ 등 헤아릴 수 없다. 부산에서도 50대 이상이라면 부산 최고의 번화가였던 남포동과 유나백화점 앞에서 연인과의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다. 순순희보다 훨씬 더 유명했던, 윤일로가 부른 ‘둘이서 걸어가는 남포동의 밤거리~ 붙잡아도 살지 못할 항구의 사랑’은 1959년 판 ‘서면역에서’였다. 노래는 시대의 아픔과 사랑을 공감하는 인생의 동반자다. ‘서면역에서’ ‘광안대교’ 등 부산의 감성을 부르는 순순희가 사랑을 더 많이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주부터 20~30대가 주로 찾는 부산의 클럽과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의 영업 제한이 해제되면서, 수도권에서 ‘부산 원정’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젊은 층이 끼와 기운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실업과 사회적 관계 단절로 ‘코로나 블루(우울증)’의 타격을 더 많이 받는 것도 원인이다. 때맞춰 서면 일대 클럽들도 리모델링을 거쳐 일제히 불을 밝혔다. SNS와 온라인 카페에는 ‘부산 클럽 열렸다’ 등의 게시글이 속속 올라온다. 방역당국은 혹시나 하는 풍선효과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수많은 젊은이가 부산으로 여행오고, 서면에서 손잡고 데이트하면서 ‘서면역에서’를 부르는 모습을 간절히 보고 싶다. 그 아름다운 날을 위해서는 ‘그냥 한번 전화해봤어요/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그대 나는 괜찮아/아주 많이 잊지는 말아줘요’라는 노랫말처럼 조금만 더 기다리고,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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