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 울린다 또 오른 즉석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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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밥상물가’에 취업준비생 이상훈(29·부산 남구 대연동)씨는 최근 마트 찾기가 두렵다. 1600원이던 즉석밥은 5년 사이 1900원이 됐다. 주식인 밥부터 기본 생필품인 달걀, 두부, 음료수, 통조림 등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코로나19 사태 속에 취업난에 시달리는 자취생들이 ‘식사난’이라는 이중고를 겪는다.

이 씨는 지난달부터 대학가 앞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식당 주방에서 싸 온 남은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생필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장보기가 두려워진 것이다. 식료품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마음 편히 마트에서 생필품을 살 수도 없다. 아르바이트 자리마저도 6개월 만에 겨우 구했다.

지난 2월 평균 8% 이상 올라
달걀·두부·통조림 가격도 상승
취업난에 ‘식사난’까지 이중고

이 씨는 “주방 이모의 도움으로 남은 밑반찬을 받아 가 식사를 해결한다”며 “수입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무서울 정도로 올라 매 끼니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사태에 원재료 가격이 상승까지 겹치면서 최근 밥상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자취생 필수품’으로 꼽히는 즉석밥의 경우 모든 업체가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등 치솟는 물가에 “생계 유지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시민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22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즉석밥 가격이 올 2월 평균 8% 이상 올랐다고 밝혔다.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동원F&B는 2월 즉석밥 가격을 각각 6~7%, 7~9%, 11% 인상했다. 업체들은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즉석밥 가격을 올려왔다. 특히 즉석밥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CJ제일제당의 경우 3차례 가격을 인상해 5년 전에 비해 가격이 25% 올랐다. 업체는 즉석밥의 원재료인 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작황 악화로 쌀 공급량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주식인 밥 가격이 오르면서 자취생 등 1인 가구의 부담은 더 가중됐다. 22일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 취업준비자는 85만 3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2월 기준 역대 최대다. 코로나19로 취업문도 막힌 상황에서 밥상 차리기도 어려워진 것.

2년째 취업을 준비하는 김윤정(28) 씨는 “공부하면서 일일이 밥을 해 먹기도 어렵고 식당밥은 비싸 즉석밥으로 해결했는데 이마저도 어려워졌다”고 걱정했다.

오른 것은 밥뿐 아니다. 두부, 달걀, 음료수 등 기본 생필품은 올해 전체적으로 가격이 뛰었다.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달걀은 1월에 비해 19.9% 상승폭을 보였고 두부도 1월 대비 5.3% 올랐다.

코로나 장기화로 가계 경제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연일 오르는 물가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물가감시센터 측은 “대표적 대중식품인 즉석밥과 탄산음료는 독점적 위치에 있어 가격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시장인데 기업의 일방적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는 언제까지 넋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지 한탄스럽다”며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현재 식생활 관련 주요 기업들이 소비자와 상생할 수 있는 현명한 기업 경영의 방향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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