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금지령’ 풀리자마자 10명 희생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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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총기난사로 10명이 목숨을 잃은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식료품점 ‘킹 슈퍼스’ 외부 울타리에 24일(현지시간) 총기 금지를 촉구하는 표지판이 기념품과 꽃과 함께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곳곳에서 총격 난사가 잇따르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즉각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하고 나섰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총기 규제 문제가 정파적 이슈로 전락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미 일간 USA투데이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의 65%는 “총기 규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23∼24일 온라인에서 진행됐다.

콜로라도주 볼더 카운티 법원
10일 전 금지 조례 폐지 판결
바이든 주도 규제 강화 법안
정파 따라 이해 갈려 난관 예고

하지만 총기 규제 강화 찬성률은 2019년 8월 실시된 USA투데이-입소스 조사 때에 비해 7% 포인트(P) 떨어졌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의 찬성률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절반을 넘는 54%가 총기 규제 강화를 지지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35%로 20%P 가까이 낮아졌다.

반면 민주당의 총기 규제 강화 지지도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번 조사에서 90%를 기록했다.

총기 규제 완화가 총기 난사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데 대해서도 57%가 찬성했지만 이 역시 2019년 조사보다 10%P 낮은 수치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그 비율이 51%에서 27%로 뚝 떨어졌다.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그 비율이 85%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클리프 영 입소스 회장은 “이는 이슈 자체보다는 공화당 지지층과 그 리더십 내부에서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기 소지 자유를 담은 수정헌법 2조를 들어 총기 규제 강화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전미총기협회(NRA)는 트럼프의 대표적 지지기반이기도 하다.

USA투데이는 공화당 내 총기 규제 강화 지지가 급락한 것은 새 총기 법 찬성을 둘러싸고 공화당 관계자들에게 가해지는 정치적 압박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민주당 주도로 최근 하원에서 처리된 총기 규제법 강화안의 상원 내 처리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법은 총기구매 과정에서 신원조사 의무화 대상을 개인 판매자와 미등록 판매자로 확대하고 연방수사국(FBI)의 조사 기간을 늘리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민주와 공화 의석인 50 대 50 동수인 상원에서 표결을 진행하려면 공화당 내에서 10표의 이탈표가 발생해야 한다.

이와 관련,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 법원이 총기 금지령을 없앤 불과 열흘 뒤 현지에서 10명이 희생되는 총격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볼더 시의회는 2018년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총기 난사 사건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산탄총과 반자동 소총, 권총 등의 판매와 소유, 양도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총기 옹호 단체들이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볼더 카운티 법원은 지난 12일 볼더시에 적용되는 총기 금지 조례를 폐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콜로라도 주법은 합법적으로 취득한 총기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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