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 안갯속… ‘지방 허브 공항’ 빈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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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저비용항공사(LCC)의 ‘지방 공항 세컨드 허브 구축’에 대해 아무런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부산 지역에서 관심이 높은 통합 LCC 본사의 부산 유치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와 산업은행이 강조했던 ‘지방 허브공항 구축’에 의한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이 사실상 사라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계획
통합 LCC 본사 위치 표명 유보
인천 진에어 영업망 사수 분석도
산업은행 언급 “세컨드 허브” 무색

대한항공 우기홍 사장은 31일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계획(PMI, Post Merger Integration)’에 대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LCC 통합에 대해 “LCC는 통합 대한항공의 산하에 두는 방안, 현재 진에어와 유사하게 한진칼 산하에 두는 두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형제회사’인 진에어를 대한항공 자회사로 내린 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합병하는 방안은 최근 항공업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이 밖에 LCC를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자회사로 만들어 진에어와 같은 대한항공의 형제회사로 두는 방안도 제시했다.

우 사장은 “LCC의 경우에는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합해 하나의 항공사로 만들게 된다”면서 “(두 방안 가운데) 어떻게 결정할지는 소요되는 자금, 세금, 공정거래법상 제한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제반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난 후 시기와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쟁 제한’ 가능성 등을 들어 LCC 통합 방식을 최대한 ‘모호하게’ 제시한 셈이다.

우 사장은 통합 LCC 본사의 부산 유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우 사장은 “항공사는 항공기 운항 베이스가 어디인지가 중요하다”면서 “에어부산은 부산발 네트워크가 강점인 항공사이고, 진에어 및 에어서울은 인천발 네트워크가 좋은 항공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시점에서 통합 LCC의 본사 위치를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이 인천공항 중심의 진에어 영업망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LCC는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세컨드 허브’를 만들겠다던 산업은행의 당초 통합계획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발표하면서 “LCC 3사(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단계적 통합으로 국내 LCC 시장 재편과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한 세컨드 허브(Second Hub) 구축”을 통해 “지방공항 출도착 노선 확장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PMI에서 지방공항 세컨드 허브 구축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의 지원으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조원태 회장 측이 ‘효율화’를 앞세워 ‘지방 LCC 허브’ 전략에서 발을 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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