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미국산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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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앵무새’가 화제다.

‘그때 아파트 살걸’ ‘그때 1억 원으로 그 주식 투자할걸’이라며 땅을 치며 후회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일컫는 ‘~껄무새(~걸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는 뜻)’라는 앵무새 관련 신조어가 등장했다.

앵무새는 900여 년 전에도 ‘황금알을 낳는 암탉’으로 여겨졌다.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마코 앵무새(macaw)가 지구상 가장 메마른 땅인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 인근 유적지 곳곳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1100~1450년,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상인들의 라마가 끄는 수레에 실려 안데스산맥을 넘어 아타카마 사막 지대로 팔려 간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에도 부자들 사이에서 마코 앵무새 깃털이 장신구 용도로 비싸게 거래됐다고 한다.

황금같이 귀한 앵무새는 한국 역사에서 830년경 임금에게 진상품으로 처음 등장한다. 당나라에 다녀온 사신이 신라 제42대 흥덕왕에게 한 쌍의 앵무새를 바쳤다. 하지만, 암컷이 죽자 수컷도 슬피 울다가 상심해서 죽어 버렸다고 한다. 앵무새는 다른 새보다 지능이 높은 편에 속해 5살 어린이에 버금가는 IQ를 보이고, 훈련을 통해 간단한 퍼즐이나 물건 옮기기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앵무새가 갑자기 남북문제에 소환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비롯됐다. ‘유엔 안보리 제재를 어긴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점잖게 우려를 표한 문 대통령에게 퍼부은 욕설이다. 북한 감싸기에 열중하던 통일부조차도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야 한다”라며 유감을 표할 정도다. 체제 위기 상황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려다 보니 말이 독해질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국, 미국, 일본 안보수장 3자 회의에서 북한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 공유와 비핵화 3국 공조가 합의됐다. 유엔 안보리도 지난달 30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비공개회의를 소집했고, 미국 국무부도 ‘인권 보고서’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살해와 고문 등 ‘지독한 인권 침해’ 사례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북한의 입지가 갈수록 곤궁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북한도 ‘그때 협상할걸’ 하는 때늦은 ‘북한산 앵무새’가 되지 않으려면 전쟁놀이 대신에 평화와 공존의 길로 나서는 것이 어떨까? 과거로 날아갈 수 있는 앵무새는 없기 때문에….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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