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물건'이 아니에요, '생명'이에요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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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새끼 고양이 판매하는 '펫숍'
대부분 반려인구 '펫숍'에서 분양받아
생명을 사고 팔다보니 문제점도 따라
동물보호단체, "입양 문화 정착하길"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부산의 한 '펫숍'에서 분양을 기다리는 강아지의 모습. 서유리 기자 yool@ 부산의 한 '펫숍'에서 분양을 기다리는 강아지의 모습. 서유리 기자 yool@

길을 가다 유리창 너머에 작고 귀여운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가 꼬물거리는 모습. 모두들 보신 적 있을 겁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판매하는 이른바 '펫숍'입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볼 만큼 너무나 귀여운 아이들이지요. 이토록 귀여운 펫숍의 동물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많은 분이 알고 있겠지만, 대부분 펫숍의 동물들은 번식농장에서 태어난 동물들입니다. 번식농장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 기사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는데요.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곳들도 있지만, 우주와 부루가 있던 곳처럼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곳들도 아직 많습니다. 번식농장에서 태어난 강아지와 고양이는 경매장으로 넘어가고, 펫숍 운영자들이 경매장에서 동물들을 데려와 파는 구조입니다. 물론 요즘은 펫숍에서 자체적으로 교배를 시켜 번식하는 곳도 있다고 하네요.

펫숍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부산에는 총 239곳의 동물 판매업소가 있습니다. 전국적으론 4100곳에 달합니다. 이렇게 펫숍이 많은 이유. 펫숍을 통해 동물을 구매하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겠죠?

실제로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경로를 조사해보니, 펫숍에서 분양받은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산연구원은 지난해 반려인과 비반려인을 포함해 총 10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이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응답한 이들 중 39.6%(199명)는 펫숍에서 반려동물을 분양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지인을 통한 가정분양은 35.8%(180명)로 그 다음을 차지했습니다.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입양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8.3%(42명)였고, 온라인으로 구매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3.6%(18명)였습니다. 나머지는 기타로 응답했습니다.

펫숍을 통해 동물을 사는 비율이 높다 보니, 소비자 분쟁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9년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에서 반려동물 판매업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최근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펫숍과 관련한 피해 상담 건수는 8327건이 접수됐습니다. 이중 피해구제를 받은 건수는 470건이었습니다.

피해구제 470건의 내용을 살펴봤는데요. 구매 후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죽는 등 ‘건강 이상’과 관련한 건수가 258건(54.9%)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는 사업자가 반려동물에게 건강상 문제가 생길 경우 보상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계약 불이행’ 관련이 114건(24.3%)을 차지했습니다. 이외에도 반려동물을 인도하기 전 계약을 해지했을 때 사업자가 과도하게 위약금을 청구한 ‘계약해제/위약금’ 관련이 55건(11.7%), 사업자가 교환이나 환급 등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어긴 ‘부당행위’ 관련이 16건(3.4%)이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펫숍에서 분양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팠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원의 중재로 환급이나 교환, 계약이행 등 합의가 이뤄진 경우는 470건 중 102건(21.7%)에 불과했는데요. 다른 품목의 경우 피해구제 합의율이 55.3%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동물판매업 분야의 소비자 피해보상이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판매업자들이 지켜야 하는 준수사항이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생후 2개월 이상, 그 외의 동물은 젖을 뗀 후 스스로 사료 등을 먹을 수 있을 때 동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성년자에게는 동물을 판매해선 안 되며, 구입자에게 동물을 판매할 경우 해당 동물의 습성과 특성, 사육 방법 등을 알려야 합니다. 또, 동물의 출생일자, 동물생산업자 업소명, 수의사 치료기록 등이 적힌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를 어기는 펫숍들도 종종 적발됩니다. 지자체에서도 점검을 나가지만 펫숍의 협조를 받아 점검하다 보니 불법 현장을 포착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자체적으로 펫숍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2개월도 안 된 강아지를 진열해놓거나 계약서에 필수 내용이 빠지는 등 허술한 환경들이 적발됐습니다.

지난해 동물자유연대가 부산의 한 '펫숍'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눈도 채 뜨지 못한 강아지가 격리되지 않은 상태로 공개된 장소에서 어미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해 동물자유연대가 부산의 한 '펫숍'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눈도 채 뜨지 못한 강아지가 격리되지 않은 상태로 공개된 장소에서 어미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을 물건 사듯, 너무나도 쉽게 구매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펫숍이나 온라인 판매처가 우후죽순 생기다 보니 불법 번식농장이 근절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데요. 쉽게 사다 보니 쉽게 버려지고, 그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판매를 목적으로 한 생명은 오늘도 태어나고 있습니다.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하는 이들을 비난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펫숍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동물을 구매하기 전, 한 번만 더 고민해보면 어떨지에 대한 제안입니다. 전국의 수많은 동물보호시설에는 평생 가족을 필요로 하는 동물들이 아직 많습니다. 그들의 가족이 되어주는 건 어떨까요?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캠페인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다음엔 특별한 '묘연'을 맺게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주와 부루의 편집국 생활은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도 업로드 되니, 많은 시청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영상·편집=장은미 에디터 mimi@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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