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62년 ‘카스트로 시대’ 막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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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카스트로(오른쪽)가 19일(현지시간)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제8차 공산당 전당대회 폐막식에서 자신의 뒤를 이어 새 총서기로 선출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쿠바 공산당을 이끌 새 지도자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가 열렸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62년 만에 처음으로 ‘카스트로’가 아닌 다른 지도자가 탄생한 것이다.

쿠바 공산당은 제8차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9일(현지시간) 당 중앙위원회가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라울 카스트로(89)를 이을 총서기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형 피델 카스트로(1926∼2016)에 이어 2011년부터 당을 이끌던 라울 카스트로는 전당대회 첫날인 16일 총서기 사임 의사를 공식화한 바 있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통치
피델-라울 형제 지도자 퇴장
디아스카넬, 새 총서기 선출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 쿠바
사회주의 기조 변화 없을 듯

카스트로의 사임과 디아스카넬의 선출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카스트로는 직전 전당대회였던 2016년 7차 대회에서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줄 것이라고 예고한 데 이어 2018년 디아스카넬 대통령에게 국가 원수 자리인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물려주며 디아스카넬이 카스트로 형제를 이을 후계자임을 분명히 했다. 2019년 쿠바가 43년 만에 대통령직을 부활하면서 디아스카넬의 직함은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공산당 일당 체제인 쿠바에서 사실상 최고권력 자리인 총서기직까지 이날 디아스카넬에게 넘어가면서 쿠바는 본격적으로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로 넘어가게 됐다.

쿠바 혁명 이듬해인 1960년 중서부 산타클라라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오는 20일 61세가 되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쿠바 혁명 이후에 출생한 세대다. 카스트로 형제 등 혁명 세대와는 다른 ‘신세대’인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비틀스 팬으로 알려졌다. 피델 카스트로 정권 시절인 1960∼1970년대 쿠바 젊은이들에게 이념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며 방송 등에서 비틀스 음악을 트는 것을 막은 바 있어 그의 음악 취향이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자전거 여행을 즐기고 청바지도 즐겨 입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게릴라 출신도 아니며, 군 생활도 의무 복무기간에만 했다. 이에 쿠바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군복 차림의 라울 카스트로가 양복을 입은 디아스카넬의 손을 번쩍 들어주는 장면은 특히 상징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념적으로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카스트로 형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쿠바 정치 분석가인 아롤드 카르데나스는 디아스카넬이 집권 후 어조가 바뀌었다며 “정치적 정통성을 획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철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대 교체 이후에도 공산당 일당 체제와 사회주의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노먼 매케이 연구원은 “카스트로가 통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산당 스타일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지지부진했던 경제 개혁의 속도가 더 빨라질지 주목된다. 쿠바 내에선 미국 제재, 코로나19 등으로 깊어진 경제 위기와 인터넷의 발달 속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혁명 정신과 사회주의 기조를 뿌리까지 흔들지 않으면서 쿠바의 경제 위기와 국민의 요구에 대처하는 것이 디아스카넬 대통령에게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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