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조현화랑과 이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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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호 서울정치팀 부장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인 조현 씨가 운영하는 조현화랑에 세간의 눈길이 쏠린다.

조현화랑은 2021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4월 9~11일)에서 작품은 판매하지 않고 전시만 했다.

내달 열리는 아트부산 2021(5월 14~16일)에도 참여는 하되 작품은 팔지 않는다.

질 바이든·문준용 사례에서 보듯
이해충돌은 ‘신뢰와 정서’의 문제

시장 배우자의 현업 참여는 계속
소모적 논란 차단하는 계기돼야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나 아트부산은 일반인들에게 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판매까지 하는 ‘미술 장터’이다. 당연히 화랑이나 작가는 참가비를 내야 전시공간을 얻을 수 있다.

조현화랑이 돈 내고 참가한 행사에서 작품 판매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이해 충돌’ 논란 때문이다. 아트부산은 부산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행사인데 박 시장의 가족이 운영하는 화랑이 작품을 팔면 여러 가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미술작품 구매를 통해 박 시장에게 줄을 대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하지만 돈을 내고 부스를 빌리는 행사장에서 미술작품 판매를 못하는 것은, 백화점에 입점한 의류 브랜드가 옷을 팔지 못하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작품 구매를 통한 로비 시도’라는 것도 지나친 상상이라는 지적이다. 박 시장과 연을 맺고 싶다면 조용히 조현화랑에 가서 작품을 구매하지, 공개된 아트페어를 활용하는 어리석은 바보는 없을 것이다.

이해충돌 논란을 제도적인 차원에서 따져보기 위해 국회 통과를 앞둔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살펴봤다.

법안은 ‘사적이해관계자’라는 개념을 규정했는데 공직자의 가족이나 그 가족이 임원·대표자·관리자 또는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법인 또는 단체가 해당된다.

따라서 조현 씨는 물론 조현화랑도 박 시장의 사적이해관계자인 것은 맞다.

법안은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직과 그로부터 유래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이용하는 행위, 직무의 공정한 수행과 충돌하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유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돼 있다.

부산광역시장이 가지고 있는 포괄적인 직무 수행 범위를 고려하더라도 최근 들어 재테크 수단으로까지 취급되는 미술 작품의 거래나 전시행위를 지자체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문제는 부산시장과 특수관계인 조현화랑의 활동이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아니다. 조그만 논란이라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불공정이나 특혜는 없었는지를 우려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대학교수로 일하는 미국 역사상 첫 ‘직장인 영부인’이다.

만약 바이든 여사가 교수직에 재임용됐다고 하자. 한국 사회라면 남편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대학에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의심이 한동안 들끓을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가 서울문화재단의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금’ 1400만 원을 받았을 때도 야단법석이 일었다. 야당은 “대통령 아들이 가난한 예술인들의 몫을 가로채고 그들을 좌절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박 시장과 조현화랑과 관련된 이해충돌 여부는 합법과 불법, 제도와 규율의 영역을 넘어 ‘정서와 신뢰’의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박 시장이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시민들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박형준’ 개인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부산 사회가 앞으로 겪을 수 있는 소모적 논란을 차단하는 의미로도 연결된다.

지금까지 부산시장의 부인들은 거의 다 전업주부였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된 이후의 세대가 부산시장이 되면 대부분의 시장 배우자는 직업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이해충돌 문제는 항상 불거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박 시장은 이런 문제를 둘러싼 시민들의 부정적 정서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조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조현화랑과 관련된 정보를 선제적으로 공개하거나, 시장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를 통해 친·인척과 고위 정무직 인사들을 검증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처음으로 현업에 종사하는 배우자를 가진 박 시장이 이해충돌 문제를 둘러싼 제도와 정서의 괴리를 어떻게 좁혀나갈지 많은 부산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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