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련산 폐광산 중금속 오염, 실태조사부터 착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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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심에 위치한 금련산 중턱 폐광산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팀이 금련산 인근 구리광산의 토양 성분 검사를 의뢰한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는 구리, 납, 아연 등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고 한다. 취재 결과 폐광 내부는 민간인의 출입이 잦은 법당 용도로 쓰이고 있어 토양환경보전법상 공원·과수원 기준을 적용할 경우 구리 검출량은 토양 오염 우려 기준치를 4배나 웃돌 정도라고 한다. 호흡이나 접촉 등으로 폐광산 중금속이 인체에 유입될 우려가 있는 만큼 정밀 실태조사가 시급하다.

구리, 아연 등 중금속 기준치 이상 검출
부산시와 환경부 통합관리시스템 시급

부산시청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3km 이내인 폐광산에서 나오는 중금속이 그동안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돼 있었던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문제는 폐광 지역에 여전히 주민이 거주하고, 등산객과 신도들의 출입이 잦았다는 점이다. 수십 년간 폐광 절차마저 제대로 밟지 않고 버려진 이 광산 바로 아래에 수십 채의 민가가 조성돼 있고, “갱내수가 몸에 좋다며 물을 떠 가는 사람도 있고, 주민들도 생활용수로 사용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는 정도이다. 다른 지역 폐광산 인근에서 수확한 농산물에 납이나 카드뮴이 축적돼 이를 섭취한 주민에게 같은 성분이 검출된 사례도 있어 불안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이 폐광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구리를 캐기 위해 뚫은 것으로 추정될 뿐, 관할 부산시는 물론이고 담당 정부 기관인 한국광해관리공단 등에 공식 기록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런 폐광에서 유출되는 중금속 성분은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축적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연환경 변화로 갱내수에서도 중금속 성분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폐광산 중금속 중 일부는 발암물질로 분류돼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 이런 오염물질로 오랫동안 토양이 범벅돼 있었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건강 위협은 물론이고, 빗물과 유해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와 하천, 바다의 오염 우려도 크다. 폐광산의 토양 및 수질 오염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일찍 대규모로 광산을 개발해 환경오염 피해를 경험한 미국과 일본 등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종합적인 오염 저감 대책을 추진한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번 금련산 폐광산 오염 방치 사건을 계기로 부산시와 중앙정부는 지역에 산재한 비등록 40여 개 폐광산의 갱내수와 토양 특성, 농작물 오염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등 통합관리시스템을 실행해야 한다. 후손에게 물려줄 건강한 땅을 위해서라도 폐광산에 의한 토양 오염을 막고 병든 땅을 정화할 대책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주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인근 주민에 대한 면밀한 역학조사 추진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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