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정치권 ‘가상화폐 광풍’ 다스릴 출구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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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화폐 투자 거래대금이 주식시장 거래대금을 웃도는 등 ‘광풍’이 불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가상화폐의 실체나 가치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관리·육성 등에 관한 법이나 제도 등을 촘촘히 만들었을 리 없다. 여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9월까지 특정금융정보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폐쇄될 수 있다”고 발언해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급기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고 불과 나흘 만에 약 14만 명이 동참했다. 정부나 국회가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투자 개인 책임이나 방치해선 안 돼
‘제도화’ 논의 열린 자세로 접근해야


금융 당국의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화폐나 투자 대상으로 가상화폐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투기성이 강해 적정가치를 매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올해 1분기 거래금액은 1486조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규 가입자 10명 중 6명 이상은 2030 세대였다. 게다가 이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이유가 상승장에서 자신만 소외되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니 허탈하기 짝이 없다. 가상화폐가 계층 사다리를 이동할 ‘영끌 2030’ 세대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게 너무나 서글프지만 하루에도 수십%씩 급등락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물론 투자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다. 하지만 성격을 규정하기 애매하다는 이유로 모든 정부 부처가 손을 놓고 있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 당국은 특히 우리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이 다른 주요국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최소한의 규제와 제도를 마련해 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일본 등은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보고 법령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한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투자자 보호 시스템은 마련해야 한다. 만에 하나 가상화폐 시장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금융 시스템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두자는 거다.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상화폐를 인정할지부터 열린 자세로 논의할 필요가 있겠다. 역설적이게도 정부는 내년부터 가상화폐 투자 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방침이다. 또한 최근 국내 유력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 실소유주가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거라든지 거래소에 상장된 지 불과 30분 만에 가격이 50원에서 5만 원대로 10만% 이상 넘게 뛰는 ‘이상 거래’는 최소한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가상화폐 투자자를 보호하고 제도를 연구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다고 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새로운 투자수단으로서 가상자산이 활용되면서 세심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국회에서도 투명성 등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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