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원도심 폐건물 영화 촬영지론 ‘보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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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폐건물이 영상물 촬영의 성지로 뜨고 있다. 위 사진은 부산외대 옛 캠퍼스에서 진행된 영화 ‘검사외전’의 한 장면이고, 아래 사진은 사상구 대호피앤씨 공장건물에서 찍은 영화 ‘서복’의 촬영 장면.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부산의 영상물 촬영 붐과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흉물’로 방치되던 원도심 폐건물이 촬영지로 부활하고 있다.

29일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부산에 영상을 촬영하겠다고 신청한 작품 편수는 영화와 드라마 등을 합해 모두 49편이다.

지난해보다 2.5배나 늘었다. 해운대구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올해 10월까지 촬영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

코로나로 외부서 찍는 데 한계
부산영화스튜디오 예약 차면서
외부인 차단되는 폐건물 선호
2월 못 쓰게 된 사상구 공장에선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도 촬영


부산에 촬영 붐이 일어나면서 원도심 폐건물은 촬영 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확산하면서 70~80명이 무리를 지어 촬영을 진행하면, 방역수칙을 엄격히 준수한다 하더라도 행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 마련이다.

촬영팀 입장에서는 외부 시선이 차단되는 곳에서의 촬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내 스튜디오는 그 숫자가 제한돼 있다. 실내 스튜디오를 선점하지 못할 때 외부인 접근이 차단되는 부산 원도심의 폐건물은 촬영 장소로 제격이다.

이에 부산영상위는 촬영을 진행할 만한 폐건물을 찾아 사진을 찍어 둔 뒤 촬영팀으로부터 요청이 들어오면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영상위는 지난해 폐교한 해운대구 반송동 동부산대학교, 2017년 문을 닫은 금정구 남산동 침례병원, 남구 우암동의 부산외국어대학교 옛 캠퍼스 등을 폐건물로 파악하고 있다.

부산영상위는 부산 곳곳의 폐건물을 영상 작품 촬영 장소로 활용해 왔다. 대표적으로 영도구 청학동 옛 부산해사고등학교 건물이 있다. 영화 ‘인랑’ ‘더킹’ ‘아수라’ ‘곤지암’ ‘덕혜옹주’ 등의 촬영이 이루어진 폐건물 영화 촬영 성지다. 현재는 해양경찰 특공대 훈련 시설 공사가 진행돼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금정구 침례병원도 영화 ‘우아한 세계’ ‘힘을 내요 미스터리’ 드라마 ‘증인’ 등의 촬영지로 쓰였다.

올해 부산영상위에 넷플릭스 등 OTT 작품 촬영 신청도 8건이나 들어오면서 부산 폐건물은 넷플릭스에도 진출했다. 사상구 대호피엔씨 부산공장 폐건물은 올 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승리호’의 촬영 장소로 활용됐다.

그러나 폐건물은 개발예정지인 경우가 많고, 관리 주체가 건물 사용을 허락하지 않아 촬영이 종종 무산되기도 한다. 부산영상위는 지난 15일 영도구 동삼동 옛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건물을 방문해 최근 한 영화팀에 이곳을 소개했다. 하지만 관리 주체인 부산대병원 측이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건물이라 붕괴 위험이 있고, 해양 의료 관련 산업이나 직원 교육 장소로 쓰려고 내부 검토 중이다”며 거절해 촬영은 무산됐다.

도심 속 골칫거리였던 폐건물은 부산의 영화 촬영 붐과 코로나가 겹쳐진 특수한 상황에 ‘영화 도시 부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부산영상위 관계자는 “폐건물에 대한 촬영팀의 수요는 늘 있는 편이라 폐건물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항상 현장을 확인하고 아카이빙 해 둔다”면서 “촬영팀이 요구하는 콘셉트와 부합하고, 관계 기관과의 협의가 이루어지면 활용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라고 설명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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