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우주굴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중국의 우주발사체 잔해가 다행히 바다에 떨어졌다. 중국이 우주로 쏘아 올린 발사체 ‘창정(長征)5호B’ 잔해가 9일 대기권에 진입한 뒤 대부분은 녹아내렸고, 일부가 인도양 부속 아라비아해로 사라졌다는 소식이다. 창정5호B는 20층 건물과 맞먹는 높이였다. 잔해라고 해도 지상에 떨어졌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 생길 뻔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피한 나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중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에 중국은 ‘우주굴기’에 대한 서구권의 지나친 경계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우주굴기’에는 중국이 우주 개발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우주 패권을 쥐겠다는 야심 찬 포부가 깃들었다. 당면 목표가 2022년 유인 우주정거장 ‘톈궁’ 운영이다. 이번 발사로 톈궁의 핵심 모듈(구성 요소)인 ‘톈허(天和)’를 우주로 올려 보낸 것이다. 톈허는 3명의 우주비행사가 최장 6개월간 머무를 거주 공간과 함께 동력, 제어, 생명유지 시스템으로 이루어졌다. 중국은 2개의 과학실험용 ‘원톈(問天)’과 ‘멍톈(夢天)’을 추가로 발사해 내년 말까지 총 3개의 모듈로 우주정거장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우주개발 역사는 1970년 첫 번째 인공위성인 ‘동펑홍(東方紅) 1호’가 발사되면서 시작됐다. 출발은 미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한참 뒤졌지만 갈수록 뒷심이 무섭다. 2019년에는 ‘창어(嫦娥) 4호’ 탐사선을 인류 최초로 달 뒤편에 착륙시켰다. 지난해 7월에 발사된 ‘톈원 1호’는 이미 화성 궤도에 진입, 다음 달이면 탐사차 ‘주룽(祝融)’이 화성 지표면에서 활동하게 된다. 중국의 우주개발을 향한 노력은 놀라울 정도다. 중국은 4월 24일을 ‘우주의 날(中國航天日)’로 정해 기념한다. ‘우주법(航天法)’을 제정하고, 2050년까지 지구와 달을 포괄하는 우주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우주에 대한 중국의 노력은 두 가지 이유로 설명되는 것 같다. 2010년 중국 공군은 지휘부 교재에 ‘우주는 미래의 전쟁터’라고 명시했다. 또한 톈위룽 중국국가항천국 전 비서장은 “중국의 모든 우주 개발 전략은 돈이다. 후발 주자인 중국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려면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며, 향후에는 천문학적인 가치와 이윤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첫 발사가 오는 10월로 예정되어 있다. 화성을 넘어 해왕성까지 향하는 우주적인 꿈을 꿀 때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