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염 심하면 턱뼈까지 녹는 무서운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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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닥터] 노령견 이빨 관리

아이센텀동물메디컬센터 허윤석 원장이 반려견을 진료하고 있다. 아이센텀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달님(푸들·10살)은 2년 전 자궁축농증 수술로 마취를 한 김에 스케일링 시술도 함께 받았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구강에서 입 냄새가 심하게 났고, 쌓인 치석은 칫솔질로도 제거가 되지 않았다. 보호자는 스케일링을 고민했지만 노령견은 마취를 했을 경우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기에 권하지 않는다는 글을 보고 걱정은 더욱 커졌다.

아이센텀동물메디컬센터 허윤석 원장은 “사람도 80~90세 어르신들이 필요에 따라 마취를 하고 수술을 진행하듯, 반려동물도 나이의 많고 적음이 마취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다”라며 “다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심장이나 콩팥, 간 기능이 떨어져 주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령견일수록 치주염을 조심해야 한다. 반려견에게서 입냄새가 나고, 잇몸 색이 점점 검붉게 어두워지고, 칫솔질을 했는데 피가 난다면 치주염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치주염은 심할 경우 턱뼈도 같이 녹아 뼈와 얼굴에 고름이 차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므로 해당 증상을 보인다면 가급적 빨리 동물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허윤석 원장은 “치주염은 치석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이빨 뿌리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스케일링만으로는 절대 치료가 되지 않는다”라며 “스케일링을 했다고 해도 일주일 정도면 다시 입냄새와 잇몸 출혈을 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치과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를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구강 상태는 나이가 들었다고 무조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치주 질환으로 잇몸이 무너지고 치조골이 녹고 이빨이 빠지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도 관리만 잘해준다면 기본적인 스케일링 정도의 치료로도 충분하다. 허 원장은 “신체 기능이 저하돼 있다고 해도 마취 위험도를 고려해 수술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말고 주치의 수의사와 충분한 상담 후 진행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럼 치석은 칫솔질만으로 제거가 가능할까? 한번 치아에 부착된 치석은 칫솔질만으로 없어지지 않는다. 이미 사료와 구강 내 미네랄, 세균 등이 함께 뭉쳐져서 돌처럼 딱딱하게 만들어져 초음파 스케일러 등 치과 기구를 이용해야 제거가 가능하다. 치석 관리가 가능하다고 광고하는 껌이나 간식류도 치석 제거보다는 치석의 양을 감소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만약 노령견이 씹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물기가 충분한 부드러운 사료나 습식 사료 급여를 추천한다. 물기가 많고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이는 치아 표면과 치주낭에 잘 부착되고 쌓이므로 반드시 칫솔질을 해줘야 한다. 구강질환이 있을 경우 잘 씹지 않고 삼키는 경우가 많아 소화 장애가 발생하기도 쉬우니 육포 형태의 마른 간식보다는 부드럽거나 한 입 먹고 잘 삼킬 수 있는 형태의 간식이 좋다.

허 원장은 “반려견이 나이가 들어 치아 문제로 고생을 하지 않으려면 칫솔질 습관을 잘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칫솔질만 제대로 해준다면 치과치료 비용도 아끼고 건강하게 평생 씹는 행복을 누리며 자기 치아로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윤 선임기자·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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