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와 부조리에 관심… 나의 글쓰기 힘은 메모하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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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참 호기심 많은 60대다. 자신의 지적 호기심과 책을 내는 것을 ‘차기(箚記) 행위’라는 말로 애써 낮췄다. 차기는 ‘책을 읽으며 얻은 바를 그때그때 적어 놓음, 또는 그런 책’을 뜻한다. 이런 차기를 통해 펴낸 책이 (호밀밭)이다. 이 책은 (재)협성문화재단 시민의 책 출간을 돕는 ‘뉴 북(NEW BOOK) 프로젝트’에 지난해 선정돼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 김훈(61)은 공무원으로 40년을 근무하고 지난해 말 퇴직했다. 그의 책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3년 라는 산문집도 낸 어엿한 작가다. 이번에 펴낸 책 은 좀 특이하다. 세상의 온갖 잡다한 지식을 펼쳐놓으면서 동시에 사회 비평적 시각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김훈 작가 ‘중년직설~’ 펴내
협성문화재단 ‘뉴 북 프로젝트’
세상 지식·사회 비평 시각 병행

김 작가는 거창하게 사회 비평이니 사회 비판이니 하는 의미 부여를 꺼린다. 단지 “사람답게 살기 혹은 시민으로서 세상 제대로 살아가기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불법이나 부당에는 관심이 많지만, 불합리와 부조리에 관해서는 관심이 적은 것 같다. 사회 정의가 바로 서려면 불합리와 부조리가 없어야 하는데, 난 이 불합리와 부조리에 관심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관료들의 정책, 부와 권력, 교육과 정치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다. 요컨대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 명예교수, 외래교수, 특임교수, 석좌교수 등 ‘대학교에 있는 교수의 종류’를 언급하면서 이름보다는 이름값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꼬집는다. 책 제목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가 있는 상황을 그냥 넘기거나 뭉개버리지 않고, 제 할 말을 하고야 말기 때문이다.

“군에 있을 때, 제 사수가 우리나라 최고 학부를 다니다 온 사람이었어요. 그가 어느 날 제게 엘리아스 카네티의 을 읽어보라고 권했죠. 그래서 읽게 됐는데, 이 책이 비판적 사고를 키워주었던 것 같아요. 그 뒤로 사회문제에 관심도 높아지고 사회 과학책도 재미를 붙였죠. 저의 지적 호기심의 지렛대가 돼 준 거죠.”

하지만 김 작가의 관심은 사회 비판이나 불합리, 부조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관심은 지폐, 칫솔, 냉장고 등 일상에서 자주 쓰는 물건에서부터 삼각돛, 신문의 첫 문장 띄어쓰기 등 평소 사람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일들에 관심이 많다.

그는 스스로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편이라고 얘기했다. “평소 상식적인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사물을 대하고요.” 여기에다 메모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신문이나 책, TV를 본 후, 그리고 대화를 한 후에도 그는 소위 ‘차기’를 한다. 그런 습관이 오래도록 몸에 배었다”고 했다. 호기심이 강하니, 독서도 빠뜨리지 않는다. “1년에 30권 정도는 읽는 것 같아요.”

책에 대한 그의 관심은 에서도 읽힌다. ‘남녀수독일천권’, ‘100세까지 독서술의 비밀’, ‘책 읽는 사무라이,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다’, ‘공책과 책’ 등을 통해 책의 중요성을 은연중에 얘기한다.

2019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낭독 연극에도 출연한 그는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소속 재난 안전 시민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달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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