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지원 등 혜택 많건만… 부산엔 ‘골목형 상점가’ 전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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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골목 상권 활성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골목형 상점가’가 부산에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상황에 맞는 선정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무너지는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부산시를 비롯해 대부분의 구·군이 현실적인 골목형 상점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부산시와 16개 구·군에 따르면, 부산에서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연제구와 동래구, 해운대구가 골목형 상점가 관련 조례를 만들었지만, 실제 지정한 사례는 없다.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는 조례제정 계획이 없거나 보류하고 있다.

지난해 ‘육성 특별법 시행령’ 발효
실정 맞는 구·군 조례 제정 안 해
시설 현대화 등 상당수 혜택 놓쳐
상인 자치조직 지원 대책 목소리

골목형 상점가는 지난해 8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이하 시행령)’에 따라 면적 2000㎡ 이내에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점포 30개 이상 밀집한 곳이나 지자체가 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된다. 골목형 상점가는 △온누리상품권 취급 △주차장 건립 등 전통시장에 준하는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부산에 골목형 상점가가 없는 이유는 지자체가 지역 상황에 맞는 선정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꼽힌다. 시행령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여건 및 구역 내 점포의 특성 등을 고려해 조례로 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부산시를 비롯해 대부분의 구·군은 지역 상황에 맞는 조례를 별도로 두지 않았다.

동래구와 연제구가 그나마 조례를 마련했지만, 시행령에 명시된 ‘2000㎡ 이내 점포 30개’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작은 가게가 밀집한 수도권과 달리 부산은 비교적 넓은 지역에 상가가 분포해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시의회가 지난 18일 개최한 '골목경제 상점가 활성화 토론회'에서 기존 ‘2000㎡ 이내 점포 30개’인 기준을 지역 상황에 맞게 ‘4000㎡ 이내 점포 60개’, ‘6000㎡ 이내 점포 90개’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 곽동혁 부위원장은 “'2000㎡ 이내 점포 30개' 기준으로는 부산에서 골목형 상점가는 생겨날 곳이 없다”며 “관련 기준을 지역에 맞게 골목형 상점가 기준을 변경하고, 동백전이나 배달 앱 등과 연계하면 상권 활성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운대구는 조례를 통해 '같은 도로나 구역에 동일 업종이 50% 이상 되는 30개 이상 점포'가 있으면 골목형 상점가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해운대구청은 해당 조례를 토대로 내부 절차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골목형 상점가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조례를 발의한 김백철 의원은 “지역 환경에 맞춘 조례를 통해 해운대에서는 해리단길, 구남로 등 4~5곳이 골목형 상점가에 지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목 상권 상인들의 자치조직을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행령에 따라 시설현대화 사업 등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상인회가 추진 계획을 자치단체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골목 상권은 상인 자치 조직을 만들기 어려운 실정이다. 부산 남구에서 12년째 돈가스집을 운영하는 박 모(52) 씨는 “전통시장과 달리 일반 상점은 결속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골목 상인들이 모여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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