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도 수도권 중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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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기증으로 추진되는 미술관에 대해 ‘접근성’을 강조하며 수도권 유치설에 힘을 실어 논란이 됐는데, 문체부가 공식 문서를 통해 장관과 유사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문화 향유를 확대하겠다며 ‘지역문화 진흥 및 균형발전’을 올해 업무계획 핵심 과제로 발표한 문체부가 유독 ‘이건희 미술관’에 대해서는 수도권 건립 명분을 쌓고 있는 셈이다. 문체부가 주도권을 쥐고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입지를 검토할 경우 공정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체부, 공식 질의 답변서
“지자체 건립 효과 없을 것”

문체부는 26일 국민의힘 황보승희(부산 중영도) 의원에 제출한 이건희 미술관 건립 관련 서면질의 답변에서 사실상 ‘지자체에 미술관을 건립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드러냈다. 문체부는 “지자체 유치전이 과열될 경우 기증자의 취지나 국민의 문화향유 접근성 제고라는 중요한 원칙과 방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빌바오 효과가 우리나라에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빌바오 미술관은 정부가 아닌 시민, 전문가, 지역산업체가 주축이 되어 추진한 사업으로서 이번 사안과는 차이가 있다고 사료된다”고 설명했다.

‘빌바오 효과’는 인구 50만의 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면서 연 3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 탈바꿈한 사례를 말한다. 그런데 문체부는 별다른 근거나 논리도 없이 국내에선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규정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전시하면 그만’이라는 행정 편의주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황보 의원은 “문체부는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국가균형 발전을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민지형 기자 o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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