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서 ‘NO’ 당한 공연, 수영구서는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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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방역 기준에 공연계 혼란

똑같은 내용의 대중 콘서트 공연이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안 되고 수영구에서는 된다?

이런 황당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22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THE GREATEST: 전율 정동하×소향’ 공연이 공연 2주를 앞두고 취소됐다.

정동하·소향의 영화의전당 공연
관객 100명 이하 통보에 취소
KBS홀로 옮겨 700명 규모 개최
트로트 가수 영화의전당 콘서트
샤우팅 불허에 장르 변경 진행도

당초 가수 정동하와 소향의 공연은 영화의전당과 공연 기획사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영화의전당은 홍보비를 집행하고, 표 판매도 진행 중이었지만 공연을 2주 남짓 앞둔 지난 4일 해운대구로부터 불가 통보를 받았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의 경우 공연법상 공연장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연이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 분류상 ‘기타 모임·행사’ 기준이 적용됐다. 부산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기준에 따라 ‘결혼식·장례식·기념식 등 100인 이상 모임·행사 금지’ 규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해운대구는 공연 불가를 통보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표 판매를 진행한 상태에서 공연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기획사는 수영구 남천동에 있는 KBS홀 대관을 진행했다. 결국, 1400석 규모 KBS홀의 절반가량인 700석 규모로 공연을 마쳤다.

문제는 부산KBS홀 역시 공연장이 아닌 ‘공연장 외 시설’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수영구 안전관리과 관계자는 “부산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지침을 보면 ‘대규모 콘서트 100명 이상 금지’라는 조항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정동하·소향 콘서트 같은 경우 별도 신고사항이 아니었고 공연을 해도 위법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서 1.5단계로 하향되면서 오히려 공연 방역 지침은 강해졌다. 수영구 관계자는 “1.5단계로 단계가 하향됐지만 기타 모임·행사 기준에서 ‘집회·시위, 대규모 콘서트, 축제, 학술행사는 100명 이상 금지’라는 명시적 기준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같은 대중 콘서트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지자체가 각각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공연 여부가 달라지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 경우 해운대구는 지침을 보수적으로 해석해 공연 불가를 통보했다.

반면, 사회적 거리 두기 분류 기준에서 영화관·공연장으로 분류된 시설에 포함되는 공공 공연장은 1.5단계와 2단계 모두 동반자 외 좌석 한 칸 띄우기를 하기만 하면 개최가 가능하다. 3월 20~21일 열린 이승환 콘서트의 경우 부산시민회관(동구)에서 700명 규모로 개최됐다. 지난달 18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트로트 가수 양지원의 팬미팅 겸 콘서트 ‘양지원의 인생극장’에서는 가수가 부르는 곡을 수정하는 일도 일어났다. 하늘연극장은 공연장 시설이라 동반자 외 거리 두기를 하면 공연을 개최할 수 있는데, 해운대구청의 보수적인 지침 해석으로 트로트 곡은 미리 준비한 영상으로 틀었다. 트로트 가수가 현장에서 크로스오버 곡을 위주로 부른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났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소속 고기호 인넥스트트렌드 이사는 “대중음악 공연만 100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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