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LH 혁신안… 고성 오간 당정, 또 결론 못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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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이 표류하고 있다. LH를 모·자회사로 분할해 지주사 체제로 개편하는 정부안이 여당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면서다.

2일 당·정 협의에서는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들릴 만큼 여당이 정부를 질타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과 정부는 이날 2차 협의를 벌였으나 진전이 없었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비공개 협의 뒤 “(LH를)지주회사로 할 것인가, 이런 조직구조 세부방안에 대해 격론이 이뤄졌는데 아직 합의를 못 이뤘다”고 했다.

주거복지공단 지주사 설립 ‘정부안’
자회사 LH엔 토지·주택 핵심기능 남겨
여당 “지주사로 투기 근본 해결책 안 돼”
협의 없이 만든 정부안에 불쾌감
고위 당·정·청 회의서 윤곽 마련 관측


정부 혁신안 뼈대는 ‘주거복지공단’이라는 지주회사를 설치하고, 자회사 LH에는 토지·주택·도시재생 등 주택 공급 핵심 기능만 남긴 뒤 나머지 기능을 분리·해체하는 내용이다. 지주사는 자회사를 관리·감독한다. 3기 신도시 투기 등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보·권한의 집중을 막고 자회사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매입·전세 임대와 임대주택 정책 등 비수익 주거복지 사업도 담당한다. LH가 독점했던 토지 개발 후보지 조사 기능은 국토교통부가 맡고, 토지·주택정보화사업의 경우 한국국토정보공사(LX)로 옮기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과 시설물 성능인증·집단에너지·안전영향평가 등 비핵심기능은 즉시 폐지, 핵심기능을 제외한 조직과 인력을 20%가량 줄이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자회사인 LH가 토지 조성과 주택 건설 등 사업을 하는 가운데 기타 자회사가 LH를 지원하고, 이들 자회사가 올린 수익을 모회사로 보내 비수익 사업인 주거복지 기능을 지원하는 구조다. 애초 정부 혁신안이 LH의 토지와 주택 관련 기능을 분할해 서로 다른 자회사로 분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다소 벗어난 결과물이다. 여기에는 정부가 주택 공급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LH의 토자와 주택 기능을 분리할 경우 공급 방안이 흔들릴 수 있다는 국토부의 고심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여당 입장에선 LH 일부 기능 분할에만 초점을 맞춘 혁신안이 ‘LH 사태’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안에 찬성할 수가 없다. 민주당 국토위원들은 LH 사태가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인 만큼 지주사 체제로 편입시키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많다. 이날 지주사 문제를 놓고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을 향한 “차관!”이라는 여당 의원의 고성이 회의장 밖으로 새어 나올 만큼 견해 차가 상당하다. 앞선 1차 당·정 협의(5월 27일)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비공개회의에서 정부가 당과 충분한 논의 없이 안을 만든 데 대해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LH 지주사 설립안이 지금의 형태로 발표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는 지주사 설립이 결과적으로 공무원들의 일자리를 늘려 주고, 국토부 권한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LH본사가 있는 경남 진주 지역사회와 지역 정치권의 반발 강도도 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고위 당·정·청 회의를 통해 LH 혁신안의 윤곽이 다시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의원은 이날 “(5월 27일 정부가 가져왔던 초안보다는)조금 진척된 게 있다”며 “정부가 다시 진전된 내용을 가지고 오면 당이 수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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