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교육받고 웰빙은 덤”… 인기 만점 ‘오솔길 프로젝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가톨릭대의 ‘웰다잉’ 교육 중 어르신이 영정 사진을 촬영한 뒤 카메라를 보며 사진을 확인하고 있다(왼쪽). 부산가톨릭대 학생들이 노인요양시설에서 ‘카페 마실’을 열고 어르신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산가톨릭대 제공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라틴어 경구 메멘토 모리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을 기억하라” 등의 뜻을 지녔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특히 한국 사회의 경우 저출산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웰빙’에 이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다룬 ‘웰다잉’도 조명받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부산에서는 부산가톨릭대가 지역 어르신들을 상대로 펼치고 있는 웰다잉 교육 ‘오솔길 프로젝트는’가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교육 참가한 어르신들은 놀랍게도 웰다잉 교육을 받고 웰빙도 덤으로 얻게 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부산가톨릭대, 3년째 웰다잉 교육 진행
22개 마을건강센터 노인 400명 대상
죽음에 이르는 신체적·심리적 변화 등
생애말기 돌봄 간호사 파견 교육 실시
“대학·지자체 협력해 초고령사회 지원”



■“웰다잉 교육 계속 해달라”

부산 금정구 서3동 마을건강센터는 자체 예산을 들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산가톨릭대가 주관하는 제2차 웰다잉 교육을 진행한다. 그동안 센터나 보건소는 주로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 사업을 수행했다. 죽음 관련 교육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죽음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교육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서3동 마을건강센터 권영미 팀장은 “교육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굉장히 즐거워하셨다”면서 “바라기로는 부산의 모든 마을건강센터에서 웰다잉 교육을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 보건소의 노진옥 간호사는 모라3동에서 웰다잉 교육을 받은 노인들의 자조모임을 담당하고 있다. 노 간호사가 평소 보살피는 어르신 중 배우자와 사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분들이 많았다. 특히 이런 어르신들은 늘 슬픔에 잠겨 있어서 더 특별한 관리가 필요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웰다잉 교육을 받고 자조모임까지 가지면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고 무척 경이로웠다는 게 노 간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모임에서 사별을 겪은 분들이 서로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줬다”며 “자조모임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부산가톨릭대의 웰다잉 교육, 오솔길 프로젝트는 2019년부터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의 ‘지역사회 상행·협력지원 사업’ 시범사업으로 추진됐다. 현재까지 오솔길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 단위 웰다잉 교육을 받은 기관은 22개, 교육에 참가한 어르신은 400명에 이른다.

오솔길 프로젝트는 올해에도 계속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 오솔길 프로젝트는 ‘컨소시엄형-장기형’ 사업으로 선정돼 60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이에 따라 부산가톨릭대는 대동대와 금정구청, 한국호스피스완화간호사회, 민간기업인 경성테크놀로지 등과 함께 협력하면서 오솔길 프로젝트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신호철 부산가톨릭대 총장은 “대학과 지자체 등이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 웰다잉 건강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초고령사회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오솔길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부산 시민의 ‘죽음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죽음 교육도 체계적으로

오솔길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는 생애말기 돌봄을 제공하는 간호사인 ‘솔메이트’들을 교육한 뒤 이들을 마을로 보내 어르신들에게 죽음과 관련된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다. 부산가톨릭대는 이를 위해 지난달 7일 간호사 5명을 오디션을 통해 ‘솔메이트’로 선발했다. 이들 모두 생애 말기 환자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들이기 때문에 보다 생생한 강의가 가능하다. 솔메이트들은 지난 3일부터 금정구 서동 마을건강센터를 시작으로 웰다잉 교육을 희망하는 부산 전역의 마을건강센터에서 강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솔메이트들은 마을에서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내 생각대로 사(死)는 법’을 6주에 걸쳐 강의한다. 교육 과정은 △더 머물고 싶은 이곳에서 △내가 함께했던 것들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삶 그너머의 삶 △준비 합니다 △또 하나의 씨앗을 품고 등으로 구성됐다. 교육 과정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어르신들의 삶에 대한 회고를 함께 나누고, 죽음에 이르는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교육한다. 또 여러 종교의 사생관과 사후 삶에 대한 탐구, 죽음과 관련된 법률적 문제, 연명의료 결정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처럼 부산가톨릭대가 웰다잉 교육에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특성화된 호스피스 교육 덕분이다. 부산가톨릭대는 석사 과정을 통해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를 배출하고 있다. 게다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 분야의 실무 현장인 지역형 호스피스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부산가톨릭대는 이러한 생애 말기 돌봄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마을 단위 웰다잉 교육과 돌봄 인력 대상 교육을 실시하고, 시설 노인에게는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웰다잉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교육을 이수하고 자조모임에 참가하는 한 노인은 “코로나19 탓에 자주 보지 못한 이웃들과 만나 받았던 교육에 대해 의견을 나눠 좋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교육 참가자들과 때때로 모여 등산도 다니니 더 건강해진 것 같다”고 웃었다.

사업 책임자인 부산가톨릭대 간호학과 김숙남 교수는 “웰빙과 웰다잉은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다”면서 “오솔길 프로젝트는 초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부산에도 적합한 사업일뿐만 아니라 대학이 갖춘 이론과 지식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